Adieu

| HOT ISSUE 3 |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평주조의 사례를 보다

사내 CT - PT - MT 활성화시리즈 3탄, MT

고정관념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고정관념이라는 관성에서 탈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증명한 유명한 실험 하나가 있다. 그 유명한 ‘촛불실험 The Candle Problem’이다. 칼 듄커 Karl Dunker라는 독일 태생의 미국 사회학자가 고안한 실험인데, 실험 과제는 테이블 위의 재료를 사용하여 촛농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말고 초를 벽에 붙이는 것이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붙이겠는가?

출처: Youtube ‘Ted’ The puzzle of motivation | Dan Pink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문제가 풀리지 않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해결책이 떠오른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익숙한 정보와 익숙하지 않은 정보의 차이 때문이다. 촛불실험의 사진을 보면 상자 안에 압정이 들어 있는 것을 볼 것이다. 이때 상자는 단지 압정을 담고 있는 보조적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즉, 그 자체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자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압정과 성냥에만 온 신경을 쓰게 된다.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익숙한 정보를 먼저 탐색하는 경향이 있다. 뭔가를 벽에 붙여야 하는 상황에서 익숙한 정보는 압정이나 성냥을 쓰는 것이다. 처음에는 상자를 이용할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다가 여러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난 후에 비로소 상자가 눈에 들어오게 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의 흐름이 위에 소개한 촛불실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업이라는 행태, 그 자체가 흐르는 강물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와 같기 때문이다. 위로 올라가려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떠내려간다는 의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로움을 받아들이고 경쟁력 있는 무기를 갖추지 못하면 ‘구닥다리 고물’로 낙인이 찍혀 그 누구도 상대해 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새로움과 변신을 위한 부단한 노력들이 기업이나 개인이나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이다.

최근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함에서 벗어나 놀라운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이 있다. 한국인에겐 너무나 친숙한 막걸리를 만드는 회사의 성공 스토리를 잠깐 소개해 보고자 한다. 바로 지평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다.

▲ 지평주조 공식 페이스북 출처

예전에는 막걸리를 가정집이나 동네 양조장에서 만들어서 마시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막걸리의 거의 70%가 서울막걸리라는 곳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다. 자금력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유통망도 가지고 있는 곳으로 여기서 판매하고 있는 ‘장수막걸리’는 막걸리의 대명사로 통한다.

여기서 고민에 빠진 시장이 바로 지역기반의 토호 막걸리 업체다. 고객 기반이 서울막걸리와 겹치기 때문에 시장 확보가 여의치가 않은 것이다. 이런 고민에 빠진 지방 막걸리 회사들과 달리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지평막걸리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 기업이다. 지금부터 그들이 어떤 전략을 펼치면서 막혀 있던 시장을 열었는지를 소개해 보겠다.

지평막걸리의 공식적인 법인명은 지평주조다. 현재의 사장이 아버지에게서 지평주조를 물려받을 당시의 회사 매출은 2억, 직원 수는 3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홍보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마케팅적 감각을 가지고 있었던 젊은 사장은 아버지 회사에 들어오고 이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막걸리의 주 소비층이 아저씨들인데 이들은 이미 장수막걸리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브랜드파워를 보나 생산원가를 보나 도저히 장수막걸리를 이길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젊은 사장은 발상의 전환을 갖기로 한다. 막걸리가 아저씨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자는 발칙한 상상을 한 것이다.

01역사와 전통을 앞세운 브랜드 이미지의 확립

Since 1925라는 슬로건으로 스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는지 이런 스토리는 “전통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02SNS 마케팅

2030의 주류소비 트렌드에 맞춰 지평과 어울리는 이색 안주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이는 올드한 막걸리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실시한 마케팅의 일환이었는데 이게 또 SNS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03인재영입

새로운 사장은 원래 전공이 주류 분야가 아니었기 때문에 배상면주가에서 영업본부장을 지낸 주류영업의 베테랑을 스카우트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런데 이게 또 적중한다. 새로운 영업본부장이 들어온 후, 대리점 개설이 전국 단위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10여 개에 불과하던 지평의 도매상이 2019년 기준 75개로 늘어났다. 덕분에 매출액은 아래의 도표처럼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에 이른다.

▲ 지평주조 매출액&대리점 수 추이(자료: 지평주조)

기존 막걸리 시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막걸리는 아저씨들이 마시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워낙 강해서 상상의 창이 전혀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위에 소개한 지평막걸리의 변화는 말이 쉽지 실천적 행동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변화관리의 세계적 거장인 미국 메릴랜드주립대학의 켄 스미스 Ken Smith 교수는 과거 큰 성공을 경험한 기업일수록 다음 성공의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는데, 그는 ‘마인드셋’의 실패를 그 이유로 지목했다. “과거의 성공체험으로 인해 새로운 방식에 대한 시도를 안 하고 계속 같은 방식만을 고집하기 때문”인 것이다.

스미스 교수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서 미국의 항공산업 트럭산업 핸드폰산업의 과거 10년간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리고 그 동안 해당산업에서 발생했던 환경변화나 제도의 변화 등 관련되어 보이는 여러가지 변수를 측정해서 대입해 보았다.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면서 과거에 성공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해당 년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결과가 도출이 되었다.

우리는 위의 데이터에서 몇 가지 특이할 만한 사항을 발견했다. 첫 번째로 시장의 다변화가 과거의 성공체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시장이 다변화하면 할수록 기업의 성공률은 떨어진다는 점을 알 수가 있다. 두 번째로 시장의 크기는 전략실행의 일관성을 부추키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어느 정도 성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변화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만들어서 결과적으로는 성장을 방해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모순을 안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잘하고 있는데 왜 구태여 아까운 시간과 돈을 써 가면서 변화시도를 해야 하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변화가 싫어서 3G핸드폰을 고수하고 있는 사이에 5G로 무장한 경쟁사가 당신의 고객을 쓸어가고 있다”는 어느 기업의 광고문구이다.

글: 지속성장연구소 신경수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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