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같은 꿈을 간직한 마음지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30년의 시간을 그렇게 산전인으로 함께했다. 1988년 2월, 금성계전 금형에 나란히 입사해 현재는 청주사업장에서 일하는 청주1)생산기술/PRESS반 김관수 반장과 전력연)고압차단기연구팀 양승필 Senior Manager의 이야기다. 현장에서는 서로를 성장시키는 동료, 일상에서는 눈빛만봐도 그 마음을 알 수 있는 마음지기가 된 두 사우. 살부침도 이만하면 부부 못지않다.
“누구나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지치고 힘들 때가 있어요. 중요한건 함께하는 사람들이죠. 양승필 Senior Manager와 서로의 업무를 공유하며 끊임없이 의견을 주고받고, 소소한 일상까지 나누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회사 일에 저절로 활력이 생깁니다.”
김관수 반장의 이야기를 흐뭇하게 듣던 양승필 Senior Manager가 한마디 거든다.
“입사 동기는 경쟁자이자 조력자입니다. 입사 초기에는 서로 경쟁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죠. 시간이 지나 역량이 성숙해지면 조력자로 함께 성장합니다. 현재 청주사업장에 10명의 동기가 근무하는데,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같은 꿈을 품은 채 산전인이 된 두 사우를 잇는 건 오랜 시간뿐이 아니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향한 열정 그리고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이들의 DNA는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의 발전에 기여하는 밑돌이 되고 있다.
(좌)2018년 제안왕 청주1)생산기술/PRESS반 김관수 반장 / (우)2017, 2018년 올해의 특허상 전력연)고압차단기연구팀 양승필 Senior Manager
창의적 영감으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다
정말 자신이 원해서 가는 길인지를 묻지 않고 가는 길은 아무리 화려해도 공허할 뿐이다. 두 사우는 그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늙어가는, 그리해 후회투성이로 눈감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 답은 자신의 삶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업에서 찾을 수 있었다.
청주1)생산기술/PRESS반에서 금형 제작과 수리, 양산처의 금형관리를 맡는 김관수 반장은 최고 품질 생산은 금형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자신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걸까. 2017년 건강검진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견됐다. 조급해하지는 않았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가자’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평소보다 조금 일찍 일어나 천천히 걸어 출근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일터도 찬찬히 둘러봤다. 느림의 시간은 늘보던 풍경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즐거움으로 돌아왔다.
“평소 관심 있어도 바쁜 업무에 제안할 생각을 못 했는데 여유가 생기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조금만 개선하면 훨씬 편안하고 안전할 텐데…. 그렇게 하루에 1건씩 제안하기로 결심했죠.”
그 뒤로 김관수 반장은 매일 현장을 둘러보며 사소한 것이라도 제안했다. 2018년 그가 한 제안은 모두 232건.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제안왕*’에 선정됐다.
전력연)고압차단기연구팀 양승필 Senior Manager. 그는 Meta MEC MS 개발을 시작으로, Susol MS, Susol ACB, Susol VCB 소·중용량 Susol 배전반, Ansi형 배전반 등을 개발했고, 현재는 ACB용 NEW OCR 기구 및 부속 장치 설계, HVDC MMC STATCOM등을 개발 중이다. “개발자들은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자식에 비유합니다.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고, 회사 매출성장을 이끈 제품을 개발해낼 때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움을 느끼죠.”
자신이 개발한 제품을 자식처럼 여기고, 현재의 업을 천직이라 믿는 개발자의 자부심. 이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제품에 더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일로 이어졌다.
2017년에는 ‘진공차단기의 플렉서블 션트’로, 2018년에는 ‘부싱형 변류기를 적용한 배전반’으로, 우리 회사가 선정한 ‘올해의 특허상’을 2년 연속 수상했다. 특히 부싱형 변류기를 적용한 배전반은 미국 시장 대응에 필요한 전면 유지·보수가 가능한 구조로, 미국 전력 배전 시장에 우리 회사가 최초로 진입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두 사우. 그들의 열정이 우리 회사 사우들에게 창의적 영감의 원천이 되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길 기대한다.
찬찬히 보면 더 잘 보인다
시작은 건강상의 이유로 시작한 출근 시간 걷기 운동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차로 움직이던 출근길을 천천히 걸었다. 처음에는 5분 일찍 출근을 목표로 걸었는데, 점점 시간이 당겨져 지금은 1시간 일찍 회사에 도착한다. 시간이 당겨진 만큼 일찍 일어났지만 마음은 더 여유로웠다. 어느새 스쳐 지났던 풍경 속에서 새의 울음소리가,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느림의 시간은 늘 보던 풍경 속에서 새로움을 찾게 했고,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했다. 수없이 많은날, 이 길을 지나며 우리나라 최고의 금형인을 꿈꿨던 시간. 그 안에 ‘내’가 아닌 ‘우리’는 얼마나 존재했던 걸까? 막연한 생각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해 하루 1개씩 개선을 위한 제안을 하자’에 가 닿았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지만 끊임없이 현장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일은 최고 품질을 생산하는 산전인의 숙명. 그건 내게도 가장 자신 있는 일이자 몸에 밴 습관이었다. 나의 다짐은 자연스럽게 습관과 이어졌다. 매일 일과 시작 전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도대체 왜?’를 물으며 현장을 둘러봤다. 동료들이 무엇을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려면 무엇을 개선할지 보고 또 보고, 직접 확인하는 일상이 이어졌다. 정리된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렇게 일 년 동안 232건을 제안하게 됐다. 2018년 출근 일수인 232일과 꼭 같다.
제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를 묻는 습관이다. 예를 들면 양산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고가의 부품이 파손되는 일이 생기는데, 나는 파손된 제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보다 ‘왜 처음부터 파손된 부분만 교체하도록 만들지 않을까?’를 생각했다. 그 결과 부품의 분할 제작을 제안할 수 있었다. 이는 파손된 부품을 다시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의 1/3 수준이면 교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렇듯 ‘왜?’라는 의문은 자연스레 관심으로 표출되고, 이를 구체화하게 만들며 또 행동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이과정 중 생각을 구체적화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는데,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너무 구체적인 생각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으로 옮기는 데 금세 싫증 나게 하고 쉽게 포기하게 만들 수 있다. 제안 작성 방식 교육에서 받은 ‘버너의 제안’ 예를 들어본다. 처음 버너는 가스통이 노출되어 안전상 위험 요소가 있었다. 이를 발견한 이가 개선안으로 작성한 것은 고작 한두 줄. ‘버너에 가스통이 노출되어 있어 위험하다. 덮개를 추가 설치하면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정도였다.

김관수 반장- •수상 이력: 2018년 제안왕 수상
•제안 건수: 232건
제안 목록: 1차 프로 금형에 밴딩 적용으로 공정 축소 및 생산성 향상 / 펀치 구조 동일 개선으로 파손 방지 / 노후 폐기 금형 재생 작업으로 생산성 향상 등
아는 만큼 보인다
‘새로움.’ 이 말만큼 가슴 설레는 게 또 있을까? 새로움 앞에 내 심장은 늘 두근두근 뛰었다. 굳게 빗장을 건 세상을 향해 노크하고, ‘내가 결코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디디면 온몸을 감싸는 행복에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새워도 피곤할 줄 몰랐다. 그렇게 우리 회사의 개발자로 보낸 시간이 벌써 30년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내게 이 말은 철칙과 같다. 똑같은 제품을 보고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누구는 ‘배울 게 많다’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는 ‘별것 없네’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시각을 결정하는 게 바로 지식과 관심이다. 이는 곧 창의성과도 연관된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그 안에서 배울 것을 찾아야 한다. 회사 생활을 10년쯤 했을 때였다. 기술 잡지를 보다가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는 칼럼을 보게 됐다. ‘금형 안에서 GATE 자동 컷팅’이란 제목으로 기억하는데,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폐기 금형을 활용해 만들기로 결정하고, 담당자에게 승인받은 뒤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결과는? 가능성만 확인하고 더는 진행하지 못했다. 실망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시도에는 늘 실패가 있기 마련. 실패에 익숙해야 성공할 수 있다. 중요한건 실패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결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 나는 개발 과정을 잘 정리해 두었고, 몇 년 뒤 그 기술이 꼭 필요한 설계에서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순탄하게 완료했다.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정말 많은 시련을 만난다. 작년에 특허상을 받은 ‘진공차단기의 플렉서블 션트’는 Compact한 크기에도 경쟁사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제품 개발을 목표로 기획했다. 그런데 개발 과정에서 큰 난관에 봉착했다. 각 기구부가 유기적으로 동작하고, 큰 전류를 통전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는데, 기존에 사용하는 부품들이 좁아진 공간에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다시 수많은 샘플을 제작하고, 시험하기를 몇 차례. 결국 현재 구조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와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그러다 ‘기존의 한쪽 방향 동작 구조를 양방향 동작 구조로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도출하게 됐다. 적중했다. 많이 생각하고 실행으로 옮기면 언젠가는 답이 나온다.
사람들은 ‘창의’라고 하면 지레 겁부터 먹는다. ‘새로움’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이 맞다. 창의적인 생각은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의 것을 보고 ‘왜 그렇게 했을까’라고 생각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나만의 창조물이 탄생한다.

양승필 Senior Manager- •수상 이력: 2017, 2018년 올해의 특허상 수상
특허 목록: 2017년 진공차단기의 플렉서블 션트 2018년 부싱형 변류기를 적용한 배전반 최근 3년 평균 보정 매출액: 50.5억
* 제안왕: 우리 회사 전 사원의 능동적인 제안 참여를 유도하고 ‘본인 업무의 질(質) 향상’을 통해 회사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제안제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