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최대 장난감 기업의 위기 탈출법,
기본으로 돌아가다

세 살 어린아이부터 구글의 창업자, 올림픽 2관왕 이상화 선수까지 한 해, 전 세계 7,500만 명이 구매하고 2억 박스 이상 팔리는 장난감. 누구나 한 번쯤은 가지고 놀던 블록 장난감 ‘레고’다. 레고는 영국 컨설팅회사 ‘브랜드파이낸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브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도 위기가 있었다. 20세기 말 디지털 도구가 발달하면서 손으로 직접 조립해 만드는 레고의 인기는 급격히 식어갔다. 1998년에는 창립 이후 최초로 대규모 손실을 겪는다. 레고는 더는 블록 장난감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을 직감하고 영화, 비디오게임, 놀이공원 등 다른 콘텐츠와 연계하는 변신을 꾀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2004년에는 폐업 직전까지 몰렸다.
경영진이 교체되는 진통 끝에 레고가 도달한 대안은 ‘다시 기본에 충실하자’였다. 장난감이란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재미있게 갖고 놀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 더불어 블록 쌓기를 통한 놀이와 교육이란 레고의 정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했다. 문어발식으로 늘려 갔던 신사업 중 수입이 없는 것들은 모두 정리했다. 그 뒤 취학 전 아동을 위한 기본 제품부터 영국의 국민 SF 드라마 <닥터 후>에서 착안한 ‘닥터 후와 친구들’ 마블 히어로를 모티프로 한 ‘트론’, 스타워즈 밀레니엄 팔콘 모델까지, 블록으로 만들 수 있는 것들의 지평을 넓혔다. 레고의 귀환에 많은 소비자가 열광했고, 위기 10년 만에 세계 장난감 1위를 차지하는 역전극을 연출했다.


불편함을 이긴 기본, 누구나 싼값에 물건을 사길 원한다

전 세계 36개국 언어로 번역돼 100만 부 이상 판매된 <80/20 법칙>의 저자 리처드 코치. 그는 벤처기업가 그레그 록우드와 함께 쓴 <무조건 심플>에서 기업 최고의 성공 조건은 단순화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요소를 가격 단순화로 꼽는다.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지면 수요는 열 배, 백 배로 급증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생산 비용과 유통 비용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단순화를 실행해야 한다.
고객이 자신이 구매한 제품을 직접 운반하고, 그것도 모자라 직접 조립까지 하는 불편함을 파는 기업. 하지만 불편마저 매력으로 승화시켜 글로벌 1위 가구 기업으로 등극한 이케아의 성공에는 이 매혹적인 판매 기술이 녹아 있다. 이케아는 가구 판매가의 절반 가까이가 운송비라는 사실에서 착안해 상자에 부품을 넣어 파는 조립용 가구(플랫팩 가구)를 고안, 기존에 판매하던 가구보다 50~80% 저렴하게 판매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이 전략으로 이케아는 짧은 시간 유럽 가구 시장 2위사보다 10배 이상 규모를 키웠으며,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가구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직접 운반하고 조립해야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조립형 제품을 직접 완성하게 함으로써 고객에게 더 높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선사한 전략은 ‘이케아 효과’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장수기업의 비밀, 대를 이어온 기본에 대한 원칙

세계에서 장수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다. 대개 장수기업은 ‘100년 이상 지속된 기업’을 말하는데, 일본 기업 통계를 보면 100년 기업이 3만 개 이상, 200년 기업 약 4,000개, 500년 기업 30여 개, 1,000년 기업이 7개다. 반면 우리나라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6곳,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더해도 8곳에 불과하다.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기업 역시 일본에 있다. 1428년 동안 유지되었던 곤고구미(金剛組)다. 주로 사찰이나 신사를 짓는 전통건축 전문회사인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곳을 창업한 이가 백제인이다. 아쉽게도 곤고구미는 지난 2006년 최종 청산절차를 밟고 다카마쓰라는 건설회사에 넘어갔다. 하지만 그들이 세운 역사는 아직도 최고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아 글로벌 회사들이 본받아야 할 표본으로 삼고 있다.
일본이 이토록 많은 장수기업을 보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장수기업의 90% 이상이 가계 중심의 중소기업인데, 이들은 창업 당시 세운 기본 원칙과 기술을 대를 이어 발전시켜 동종 업계에서 따라올 수 없는 명품을 만들고 있다. 즉 시대의 흐름을 넘어서는 가치 있는 제품으로 사람들이 꾸준히 찾게 만든 것. 이런 기업문화 속에서 한 우물을 파는 기술공도 노벨 과학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2002년 화학상의 다나카는 교토의 시마즈제작소 기술자였고, 2014년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는 도쿠시마현 아난 지역의 니치아공업사에서 익힌 기술로 과학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