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KIO IGARASHI/TAKESHOBO,FUJI TELEVISION,EIKEN

꾸밈없는 마음으로의 회귀

동화작가인 내게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그렇게 잘 알 수 있는지 묻는다. 동심은 계산하지 않는, 꾸밈없는 마음이다. 우리는 누구나 그 꾸밈 없는 마음의 시간을 지나왔다. 가만 떠올려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어릴 적 추억이 그것이다. 잃어가는 동심을 아쉬워한다면 지금 바로 비상약 먹듯 가장 순수했던 시간을 되살려 보자. 나에게는 동심이 그리울 때 꺼내보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
어릴 적, 우리 집엔 육 남매가 날이면 날마다 ‘낄낄’거리며 살았다. 누군가 혼날 때도 옆에서 웃다가 함께 벌을 섰다. 그러면 손들고 꿇어앉아 또 낄낄거리니 결국엔 엄마 아빠도 함께 웃고 말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깔끔한 성격의 엄마가 우리 육 남매의 하얀 옷에 풀을 빳빳하게 먹여 입혀 줬다. 그런데 밖에 비가 오는 것이 아닌가? 엄마 몰래 나가 비를 맞으며 뛰어다니다가 ‘등짝 스매싱’을 맞았다. 옷을 갈아입고 마루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 엄마가 비를 맞으며 마당을 쓸고 계셨다. 아마도 우리를 때린 게 속상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눈에 그 모습은 너무 이상하고 웃겼다.
“비 맞으며 마당 쓰시네. 킥킥킥”, “비 오는 날 마당 쓰는 사람은 첨 봤다. 킥킥킥”
육 남매는 마루를 뒹굴며 웃었다.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어린 남매의 행동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철없는 행동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동심이란 그런 게 아닐까. 아이의 눈으로 보는 순수한 세계 그리고 그 세계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그런 철없음은 오히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와 엄마로 하여금 힘듦도 잊고 다시 웃게 만든다.

‘자기 삶의 소유권’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이 뼈 속 깊이 스며든다.
또한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동시에 세상에는 ‘못할 일이 없다’는 용기가 생긴다.


ⓒMIKIO IGARASHI/TAKESHOBO,FUJI TELEVISION,EIKEN


감동적인 동화 한 편의 힘

동심을 잃지 않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감동적인 책을 읽는 것이다. 특히 감동적인 동화는 나이 들어 심드렁한 감정에 동심의 싹을 틔운다. 이를 통해 단단하게 굽어지며 호흡 가빠지는 세상 일들은 다 부질없어지고, 마음은 봄날 호수처럼 잔잔해진다.
일본 만화 <보노보노>의 또 다른 별칭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1986년 처음 시작한 이후로 현재는 40여 권이 넘게 나왔는데, 국내에는 30권(거북이북스)까지 출판됐다. <보노보노>의 만화가 이가라시 미키오는 지난해 국내의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독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논다’ 에피소드를 추천하며 <보노보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다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물에서 생활하는 보노보노는 그저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긴다. 그러다 물 위로 솟은 기둥에 몸이 걸리지만 애써 벗어나려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기둥에 걸려 몸이 돌아가고, 어느 순간 다시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이가라시는 이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가 젊은이들을 필요로 하고, 그들이 뭔가 해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그들을 소중하게는 여기지 않는다. 그 속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힘들어하는데, 거창한 꿈이나 하고픈 일, 성장이나 발전이 없이 그 자체로도 괜찮다는 걸 보노보노는 보여준다”고 말했다. 거창한 꿈이나 성장 발전도 중요하지만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괜찮다고 말하는 메시지는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을 끊임없이 괴롭히기보다는,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가면 그뿐이라는 위안을 선사하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호지의 <발가락 코 소년>(노란상상 펴냄)은 자전적 이야기이다.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년이라는 부제처럼 얼굴 기형을 갖고 태어난 호지는 발가락뼈로 코를 세우는 수술을 받지만, 못생긴 외모 때문에 주위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성장한다. 하지만 열다섯이 되던 해 재수술을 앞두고 이를 거부하고, 남의 시선이 아닌 가장 자기다운 삶을 선택한다. 어린 호지가 안고 태어난 신체적 결함과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읽다 보면 ‘자기 삶의 소유권’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에 대한 중요성이 뼈 속 깊이 스며든다. 또한 나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동시에 세상에는 ‘못할 일이 없다’는 용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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