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의 DT의 전도자가 되셨는데 DT의 의미를 한 번 더 짚어 주십시오.

DT(Digital Transformation)는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DT를 하지 않고는 제조업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지금의 제조업은 70년대 농업과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어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더이상 부가가치 창출이 불가능합니다. 그렇다고 전체 GDP의 30%를 차지하는 제조업을 일제히 다른 산업군으로 전환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되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 방식이 바로 DT입니다. DT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 목표로 나아가는 수단으로 여겨야 합니다.

산전으로 복귀하여 DT를 총괄하신 지 8개월째입니다.
산전의 DT는 현재 어느 수준까지 왔다고 평가하십니까?

DT의 수준을 판단할 때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었는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운영의 고도화(Operation Excellence)를 이루었는가 라는 두 가지 측면을 보아야 합니다. 아직은 두 가지 모두 중간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운영의 고도화가 조금 더 진행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국내 경쟁사 대비 어느 정도 수준이냐고 묻는다면 제일 앞서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산전이 DT를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고객 지향적(Customer-oriented) 마인드를 고객 중심(Customer-centric) 마인드로 바꾸는 것입니다. 이미 ‘고객 지향적’이라는 용어는 사라졌지만 마인드는 아직 그대로인 듯합니다. 더 이상 고객만 바라보아서는 안 되며 고객 속으로 들어가 고객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조업이 강한 회사일수록 이 마인드가 쉽게 안 고쳐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처럼 고객을 이끌고 가던 회사들은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지고 있잖아요.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일하는 방식이야 디자인씽킹(design-thinking) 등 혁신적인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어요.

올해 초에 DT의 로드맵을 제시하셨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당초에는 R&D 등 DT가 급한 분야에 우선 적용할 계획을 세웠으나 전사적 차원에서 DT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로드맵을 수정하였습니다. 이에 DT의 방향성을 8월 중순에 확정 지었고 하반기에는 구체적으로 해야 할 과제들을 도출해 나갈 것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8:2 혹은 9:1의 비율로 도태와 변신이 이루어졌습니다.
산전도 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그런데 제조 선진국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 고용창출, ROC(자본수익률) 등이 지난 50년 동안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제조 선진국들이 걸어온 길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과 독일의 경우에서 시점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제조업을 포기하는 대신 소프트웨어에 주력하여 성장했고 독일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되 스마트팩토리를 빠르게 도입해 성장했습니다.

DT로 성공적으로 변신했을 때 산전의 청사진은 무엇입니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운영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을 하는 회사입니다. 즉, 임원들끼리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벗어나 누구나 데이터를 보면서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비즈니스 모델의 측면에서는 하드웨어 기반의 서비스 솔루션을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소프트웨어 회사와 IT 회사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이지만 구글과 테슬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 기반이라는 그들의 한계도 분명하게 목도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서비스에서 출발한 기업은 하드웨어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데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산전의 DT는 하드웨어 기반이라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전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산전은 DT라는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나 계속 달릴 수 있을지, 중간에서 하차 할지는 각자의 노력에 달린 문제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이해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롤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재차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객 중심의 마인드입니다. 고객 속으로 들어가 고객에게만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와 달리, 디지털 시대의 스킬은 빠르게 평준화되기 때문에 큰 힘이 없어요. 쉽게 말해, 컵을 만드는 기술 또는 컵 자체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진짜 경쟁력은 같은 컵이어도 커피를 마실 컵인가, 주스를 마실 컵인가 그 쓰임새를 좌우하는 능력에 있습니다. 이것은 고객의 입장 즉 고객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서는 백날 고민해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재차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고객 중심의 마인드입니다.
고객 속으로 들어가
고객에게만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