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고통이다

‘자연에서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아니고 가장 영리한 종도 아니다. 단지 변화하는 종이다’ 변화의 위대한 힘이 드러나는 이 말은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공룡이 끝까지 살아남지 못한 것만 봐도 세상은 확실히 강한 자들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었다. 똑똑한 호모사피엔스도 변화를 멈추면 도태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다윈은 자연의 질서를 통해 이미 오래전에 파악한 것이다.
결국 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렇다고 변화가 쉬운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변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병아리가 알을 깨는 고통, 이른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고통이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가 밖에서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하는데 줄과 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알이 깨진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덜 여문 부리로 죽을 힘을 다해 껍질을 쪼아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쓴 영국 작가 C.S. 루이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우리는 지금 계란과 같다. 그리고 당신은 그냥 계속 평범한 계란으로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부화하거나 상할 수밖에 없다.” 알 속의 병아리인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변화하고 싶다면 나를 둘러싼 단단한 껍질부터 깨야 한다. 고정관념과 습관으로 단단해진 껍질을 깨지 않으면 삶을 바꿀 수 없다.

변화의 공식, 두려움이 변화를 이끈다

변화는 저항과의 싸움이다. 저항을 극복하면 성공하고 밀리면 실패하는 게임이다. 보스턴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베카드 교수와 루벤 해리스는 이를 공식으로 만들었으니 이른바 변화방정식(DVF Check)이라 불리는 공식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요소들의 곱이 저항보다 클 때 변화가 일어난다는 흥미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C = D x V x F > R
C = Change(변화),
D = Dissatisfaction(불만족, 위기의식)
V = Vision(비전, 목표),
F = First Steps (변화를 위한 첫 번째 조치),
R = Resistance to Change (변화에 대한 저항 또는 비용)


변화는 이 공식을 충족시킬 때만 일어난다. 공식에서 알 수 있듯이 위기의식이 강하지 않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이 명확하지 않거나, 변화하기 위해 실천하는 첫 번째 조치가 실현 가능성이 낮으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자. 실제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강하게 느끼는 리더가 있어야 변화가 시작된다. 또한 뚜렷한 목표 없이 남들이 하니까 뭐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변화 앞에서 뒷걸음칠 때

19세기 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를 만들었던 나라 영국. 그러나 영국도 변화 앞에서 뒷걸음치는 실수를 저지른 적이 있다. 이른바 ‘붉은 깃발법(1865년)’이라는 법의 선포였다. 증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마부들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대신 격렬한 반대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 대가로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수, 기관원, 기수 등 세 명의 운전사가 필요하며 기수는 붉은 깃발을 들고 55m 앞에서 자동차를 선도하도록 하는 법을 쟁취했다. 최고 속도는 시내에서 시속 3.2km, 시외에서 시속 6.4km로 제한했으니 자동차가 말보다 느린 속도로 달리도록 한 법이었다.
혁신이 일어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도 마차를 지키기 위해 변화를 외면한 것이다. 변화 앞에서 뒷걸음친 후유증은 컸다. 영국은 최초로 자동차를 상용화한 나라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미국에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밀려 한낱 표류자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하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변화 앞에서 선 우리는 부화하거나 상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변화할 것인가 변화당할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변화하고 싶다면 나를 둘러싼 단단한 껍질부터 깨야 한다.
고정관념과 습관으로 단단해진 껍질을 깨지 않으면 삶을 바꿀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