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잎에 숨겨진 자기 세정 기술

답답한 도심을 떠나 주변의 공원이나 산을 가보면 연못에 연꽃들이 가득 피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못 위의 연잎은 태양전지와 같이 햇빛을 에너지로 바꾸는 작은 시스템으로 수상형 태양전지와 매우 유사하다. 하지만 태양전지와 다르게 연잎은 표면을 청소해주 는 유지보수 인력이 필요 없다. 이러한 우수한 태양전지를 개발한 엔지니어는 누구일까? 바로 자연이다.
연잎 표면은 3~10㎛ 크기의 융기들로 구성되어 빗물이 거의 묻지 않고, 물방울이 흘러 가면서 먼지 입자를 제거하는 자기 세정 기능이 있다. 각 마이크로 융기는 나노 크기의 작은 구조체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표면은 소수성1) 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표면 에너지가 굉장히 낮다. 연잎의 표면은 접촉각2)은 150°이고 초소수성으로 연잎의 표면 에는 빗물이 거의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표면에 맺힌 물방울들은 쉽게 굴러떨어지며 표면에 있는 먼지 입자들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 세정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표면의 물리적인 구조와 화학적 조성이라 는 두 가지 요소의 고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이크로·나노 돌기의 표면 구조가 아닌 평 평한 표면의 경우 화학물질만으로 빗물의 접촉각 120° 이상을 구현하는 것은 현재까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보고된 자기 세정 표면을 만드는 방법들은 크게 두 가지 기술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가장 보편적으로 활용되는 방법으로 연잎을 본뜬 표면처리를 한 후 표면을 소수성 물질로 코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레플리카 방법으로 마이크로·나 노 크기의 주형을 만들고 주형의 역상을 소수성 물질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접근방법 모두 두 단계 이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소수성 표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단 점이 있다. 따라서 전력기기의 개폐기, 변압기, 전선, 금구류 등에 간단한 스프레이 분사 를 통해 물리적 표면 구성과 화학적 표면 구현이 가능한 코팅 소재와 처리공정의 개발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의 전력설비 손상 현황

2016년 배전설비 정전분석 및 예방대책에서 제시한 2014~2016 년 3개년 평균 정전 건수를 비교하면, 일시정전의 원인이 기자재 33.5%, 일반인과실 29.5%, 고객 정전사고의 확대 파급 12.0%, 외 물 접속 10.5% 순으로 기자재의 일시정전 고장 건수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일시정전 고장 건수가 가장 높은 기자재는 다 시 지중설비, 애자류, 개폐기, 전선, 피뢰기, 컷아웃스위치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대상 기자재 중 3개년 평균 일시정전 비율이 높은 것을 우선순위로 놓고 순서대로 나열하면 지중설비(38.6%), 개폐 기(20.9%), 애자류(15.4%), 전선(10.2%)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 폐기, 애자류, 전선에서 주로 발생하는 손상은 절연의 파괴인데, 특 히 개폐기의 경우 붓싱 및 몸체의 절연 파손이 98%에 해당한다. 애 자의 경우 1990년대에 들어 무기질 애자보다 경제성 및 절연성이 뛰어난 고분자 애자로 대체되면서 하우징의 오염과 훼손, 백화, 침 식, 균열, 트래킹, 찢김으로 인한 손상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손 상을 예방하기 위한 기술로 연잎의 표면을 모방한 생체모방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또한, 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가로등, 전주, 육교, 교 량 및 다양한 배전반 등에 부착된 무단광고물은 미관을 저해한다 는 일차적인 문제와 함께 시설물 고유 기능의 발현을 저해하여 안 전상의 문제를 유발시킬 수 있다. 이에 지속적으로 인력을 투입하 여 부착물을 제거하고 있지만 자동차 배기가스, 타이어 마모에 따 른 비산물질 및 부유 중인 먼지 등으로 인해 설치된 시설물이 쉽게 오염되고 시간 경과에 따라 외관의 색상 자체가 변하는 문제가 발 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고 스티커 등의 부착 물을 방해하고 지속성이 우수한 도료 및 장치 등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도료의 경우 기능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도막 차제가 쉽게 열화되는 문제가 있으며, 부착방지용 장치 의 경우 별도의 시설물 설치에 따른 비용 증가 및 주변 환경과 이질 적인 형태 등으로 인해 광범위한 적용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생체모방기술을 전력기술에 적용하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기존의 아크릴과 실리콘 오일이 분리되 어 실리콘이 줄어들수록 성능이 저하되는 코팅제 대신 에폭시3)계 열 아크릴과 실리콘을 하나로 합성·결합하여 고내구성을 실현하였 고 여기에 불소수지4)를 결합하여 고성능의 부착방지 코팅제를 개 발하였다. 이렇게 개발된 생체모방 부착방지 코팅도료는 자기세정, 부식 및 오염방지 기능뿐 아니라 지상기기 외부 표면에서 열에 너지를 반사시키고, 내부로의 이동을 차단하여 열 축적을 감소시 키는 차열 안료 첨가를 통해 전력기기에 도포 시 내부 온도 저감 효 과로 장비를 보호하고 수명연장이 가능하며 화재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국내외 시장규모 및 기술 현황

2012년 미국 Future Markets Technology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 르면 생체모방 기술은 전력 기자재, 의료용 도구, 유리 외벽, 자동차 와 항공기, 의류 산업 및 군용 등에 적용이 가능하며 이로 인한 기 능성 코팅 시장규모는 2조 원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활발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14년 노루홀딩스는 초발수 코팅도료 및 코팅막 형성기술에 대한 특허를 제출하였으며, 기계 연구원과 성균관대학교, 인하대학교, 부산대학교도 다양한 초소수 성 표면을 구현할 수 있는 코팅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혁신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

『새로운 황금 시대』의 저자 제이 하먼은 자연이 지닌 디자인, 기술, 생존 능력을 산업과 일상생활에 적용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 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도 생물의 뇌 를 본떠서 인공 뉴런이 학습을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구현하는 기 술이다. 거미줄의 탄성, 연꽃의 자기 세정능력, 바퀴벌레의 빠른 이 동능력, 고래 지느러미의 원리를 본뜬 수력발전 터빈 등 자연이 우 리에게 알려주는 기술은 숱하게 많다. 미래 핵심 산업인 전력기술 에도 앞으로 생체모방 기술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고 있다. 혁신을 꿈꾸고 있다면 앞으로 자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1) 소수성: 친수성에 반대되는 말로서 물 분자와 친화력이 부족하여 쉽게 결 합하지 못하는 성질
2) 접촉각: 액체방울이 표면과 이루는 각, 클수록 표면은 액체에 의해 쉽게 젖지 않고 흘러내리는 경향을 가짐
3) 에폭시: 내후성, 내부식성이 풍부한 플라스틱의 일종
4) 불소수지: 내약품성, 내열성, 윤활성이 우수한 불소를 함유한 엔지니어링 플라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