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마음에 찾아온 아이의 눈
‘이순구’라는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도화지 위에 크게 그려진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그가 ‘웃음 얼굴’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2006년까지는 개념 미술을 했어요. 그런데 ‘생각 많은’ 미술을 하다 보니 관객과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저도 힘들었어요. 사람들과 좀 더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만화예술학과 박사학위를 이수하며 만화 기법을 연구하기 시작했죠.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아들이 그린 활짝 웃는 제 얼굴을 보게 됐죠. 저는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아들은 아빠의 얼굴에서 웃음을 본 거예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더라고요.” 소재는 찾았지만 표정이 편안하게 보이도록 하는 데에는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웃는 얼굴에 수십 가지 표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처음에 그릴 때는 입을 크게 벌리고 웃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초기 작품들은 다소 시니컬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들었죠. 그러다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웃음에 대해 공부했어요. 잡지에 실린 치과의사의 칼럼을 참고하기도 하고, 웃음의 근본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동서양 문화재를 뒤지기도 했죠.
그렇게 완성된, 저절로 미소 짓게 하는 비결을 이순구 작가는 ‘순수함’으로 꼽았다. “제가 추구하는 웃음은 ‘의도가 없는, 즉 순수함’입니다. 보고 있으면 동화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맑은 웃음 그 자체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웃는 얼굴을 그리는 다른 화가와 구분되는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화가 위에민준은 ‘웃음’을 그리지만 그 안에 세상에 대한 비판, 즉 ‘냉소’를 표현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슬퍼져요.” 세상에 존재하는 웃음 중 가장 깨끗한 것만 고르고 골라 완성한 것이 그가 그리는 웃음인 것이다.
행복한 웃음이 주는 긍정의 힘
그 깨끗한 웃음이 담긴 <웃는 얼굴>이 7점이나 전시돼 있는 LS산전. 최고 품질의 제품 생산과 최상의 서비스를 목표로 오롯한 한길을 걸어온 기업은 본사인 LS타워 4층부터 10층까지 <웃는 얼굴>을 걸어 두고 있다. 좀 더 행복한 일터, 임직원이 웃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2014년 당시 해당 그림들의 매매를 담당한 이혜숙 큐레이터는 LS산전이 여러 의미로 매우 인상적인 구매처였다고 회상했다.
“구입한 작품 수가 많기도 했지만, 임직원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기업가가 개인 소장용이나 투자용으로, 외부인이 출입하는 공간에 인테리어 소품으로 미술품을 사 전시하는 경우는 많아요. 하지만 임직원만이 출입하는 공간을 위해 미술품을 산곳은 제 경험상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죠.”
‘행복’을 전달하는 이순구 작가의 그림.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과 관련해서는 유독 ‘행복’이나 ‘치유’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자폐를 앓는 아이가 작가의 전시회를 보고 처음으로 사람 얼굴을 그리게 됐다거나, 우울증 환자가 그의 그림을 보고 치유 받은 이야기, 말기 암 환자가 병실에 걸어두고 본다거나 하는 일화들이다.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던 힘에 대해 이순구 작가는 자신의 그림이 ‘작은 행복을 전하는 쉬운 그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은 행복을 충만하게 느끼는 ‘긍정’을 전하다
직관적이고 간략한 표현으로 친숙한 웃음을 표현하는 그의 그림은 세살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마음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감상자는 그의 그림 속 얼굴에 아는 이들을 투영하기도 한다.
“제가 그리는 <웃는 얼굴>은 특정 모델이 없어요. 그런데 대상을 간략히 표현해서인지 누구나 자신이 아는 얼굴을 찾아낼 수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본인의 손주를 닮았다 하고, 자신의 동생을 닮았다고 하죠. 아무도 닮지 않은 그림이지만, 그래서 누구나 닮을 수 있는 셈이에요.”
그의 그림 속 인물이 웃는 이유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고 보편적인 일들이다. 작은 풀꽃을 보아서, 사랑하는 형제와 함께 있어서 그토록 큰 웃음을 짓는 것.
“행복이란 게 별건가요. 배가 아주 고팠는데 라면 하나 딱 끓여 먹었을 때의 만족이 곧 행복이겠지요.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행복을 느끼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행복. 그리고 그 작은 행복도 넉넉히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쉬운 언어로 전달하기에, 그의 그림에 수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닐까.
“작은 것에도 행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아내는 의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긍정은 삶의 원동력, 웃고 또 웃기
‘긍정’의 마음가짐을, 이순구 작가는 우리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될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다들 삶이 힘들다고 하시는데, 사실 인생은 언제나 어느 시대에나 어려웠어요. 고난의 형태는 달라도 산다는 것 자체가 불확실한 것이니까요. 어쩌면 산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생각 없이는 영위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몰라요. 지금은 힘이 들어도 분명 내일이나 모레쯤엔 어떤 것은 잘될 거라는 믿음이죠. 내일도 나쁠 것이고 모레는 더 나쁠 거라 생각하며 사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니 많이 웃으세요. 유머를 던진다거나 스스로 웃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찾아다녀 보세요. 필요에 의한 관계보다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시고요. 작은 것에도 행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살아내는 의지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LS타워에서 오늘도 활짝 웃고 있는 이순구 작가의 그림들이, LS산전 사우들의 가슴 속에 작은 행복의 씨앗을 싹 틔우고 환하게 꽃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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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산전 웃는 얼굴 미술관
웃는 얼굴 앞에 선 산전인의 가슴속 이야기 -
90.9 x 60.6cm(30호) , 2013
| 웃음꽃-여름 |
싱그럽고 생동감 넘치는 예쁜 꽃밭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그는 하얀 치아가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고 있습니다. 저는 이 그림 앞에 설 때마다 남자의 웃는 얼굴보다 마치 열심히 일해 까맣게 그을린 듯한 손에 눈이 갑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행복하기에 활짝 웃을 수 있습니다. 그림 속 남자에게서 산전인의 모습이 보이는 건 우연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강영민 Manager / 생기/소재연)신뢰성연구팀90.9 x 72.7cm(30호) , 2014
| 웃음꽃-정 |
나란히 서서 활짝 웃는 두 사람은 어떤 ‘관계’일까요? 그림 앞에 설때마다 두 사람의 얼굴 위에 제 얼굴과 힘이 되어준 동료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이들처럼 늘 곁에서 활짝 웃으며 오래도록 산전인의 인연을 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봉용균 Associate Manager / 송변전)Plant영업팀72.7×90.9cm, 2014
| 웃음꽃-너에게 |
웃음은 전염 효과가 있다고 하잖아요? 기분 좋은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밝게 웃고 있는 그림만 봐도 기분이 좋으니 그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LS타워에 계신다면 한번 주위를 둘러보세요. 무심코 지나치는 한 벽면에 이순구 화백의 ‘웃는 얼굴’ 그림이 있습니다.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그 밝은 미소 한번 띄워 보시는 건 어떨까요? 인정 넘치는 LS산전을 위하여.
정오성 Associate Manager / 사업총괄)Solution Sourcing팀90.9×72.7cm, 2013
| 웃음꽃-환하다 |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들꽃이 일렁이고, 나비는 바람 따라 자유로이 춤을 춥니다. 그림 속 환한 남자의 얼굴은 지금의 제 얼굴입니다.
오승석 Manager / CHO)HR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