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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테크 이슈

#글로벌 디지털세
100년 만의 국제 조세 개혁

10월 8일 OECD와 G20의 주도로 136개국의 지지를 얻은 글로벌 디지털세의 합의문이 도출되었습니다. 합의문에 따르면 앞으로 애플과 구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은 본사가 위치한 국가 외에도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합니다. 프랑스 재정기획부 장관은 이를 두고 ‘역사적 합의’라 표현했는데요.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합의문

디지털세 합의문에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담겼습니다. 첫째, 연결매출액 약 27조 원 이상,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다국적 기업은 시장소재국에도 세금을 내야 합니다. 둘째, 다국적 기업은 본국이든, 본국과 시장소재국에 나눠서 내든 최소 15%의 법인세를 내야 합니다. 다국적 기업이 받게 될 영향은 커 보입니다. EU집행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통 제조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3.3%이지만 디지털 기업은 9.5%에 불과했다고 하니 이들 기업의 세금 부담은 꽤 커지겠죠. 아일랜드, 싱가포르, 홍콩 등의 조세 회피처에도 디지털세는 우울한 소식입니다. 아일랜드는 저세율로 구글과 애플 등의 유럽 본부를 유치해 지난해 법인세로만 약 15조9500억 원 규모의 세수를 확보했는데요. 합의문 발표 후 18년 만에 법인세율을 15%로 상향 조정했다고 합니다.

디지털세 합의안 주요 내용

#조세 회피

디지털세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것일까요? 지금의 국제 조세 체계는 1920년대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국적 기업의 출현 이후 여러 국가에서 이익 활동을 벌이는 기업들의 이중 과세를 방지하기 위해 고정 사업장을 기준으로 법인세를 납부하라는 기준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된 것이 있는데 바로 조세 회피입니다. 다국적 기업은 법인세가 가장 낮은 국가에 본사나 서버를 두거나 해당 국가로 매출 신고를 돌림으로써 조세 부담을 최소화해 왔습니다. 여기에 자국 내 기업 유치를 위해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졌죠.

#BEPS

국제 조세 체계 개혁에 대한 공감대는 오래전부터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쪽은 유럽이었는데요.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죠. 2012년 G20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BEPS가 처음으로 공식 언급되었으나 미국과 의견이 갈리며 진행이 순조롭지 않았습니다. 주요 과세 대상인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프랑스 등은 2019년 먼저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했으나, 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와 큰 갈등을 겪기도 했죠.

#코로나19

글로벌 디지털세 논의에 큰 전환점을 마련해 준 것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였습니다. 전 세계가 동일한 위기를 마주하며, 경기 회복을 위해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죠.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미국 역시 기업의 조세 회피 문제에 민감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며 합의가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그렇게 ‘세금 혁명’이라 불리는 디지털세가 도출된 것이죠.

그러나 아직 걸림돌은 남아 있습니다. 130여 개국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합의문에는 세부 사항이 담기지 않았는데요. 내년 초까지 기술적 세부 사항을 논의해 2022년 각국의 비준을 거쳐, 국내에서 법제화하는 단계가 남았습니다. 이에 이르기까지 자국 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각국 정부 간의 치열한 논의가 예상되는데요. 2023년, 국제 사회는 새로운 조세 체계를 실행할 수 있을까요?

불로장생을 향해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부와 권력을 갖춘 자도 욕망하는 것이 있을까요?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은 말년에 불로초를 찾아 헤맸다고 하죠. 올해 9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항노화를 연구하는 스타트업인 알토스 랩스(Altos Labs)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욕망인 불로장생, 이제는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항노화 연구 동향

#알토스 랩스

알토스 랩스는 러시아 출신의 거부인 유리 밀너가 설립한 기업입니다. 유리 밀너는 IT 업계에서 손 큰 투자자로 유명한데요. 두 차례에 걸쳐 페이스북에 약 3600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죠. 국립모스크바대학에서 입자물리학을 전공했고, 연구원으로도 근무한 독특한 이력이 있는 밀너는 작년 10월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자신의 저택으로 과학자들을 불러 모아 항노화를 주제로 학회를 열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설립한 것이 바로 유전자 리프로그래밍 연구 기업 알토스 랩스입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영입하기 위해 연봉 100만 달러를 제시했는데, 참여할 과학자들로는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 야마나카 신야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리프로그래밍

유전자 리프로그래밍이란 쉽게 말해 세포를 배아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말합니다. 포유동물의 세포는 정자와 난자가 접합된 수정란에서 출발해, 세포분열을 통해 각 조직세포로 분화되는 배아 상태를 지나게 되는데요. 이때 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미분화 상태의 세포를 줄기세포라고 부릅니다. 특정 조직으로 분화된 세포는 그 후로는 노화의 길을 걷게 됩니다. 20세기 중반만 해도 이러한 세포의 변화 과정은 ‘언덕 아래로 구르는 공’과 같아서 되돌릴 수 없다는 이론이 지배적이었어요. 다시 말해 인간의 체세포를 배아줄기세포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1962년부터 이러한 이론을 뒤흔드는 가능성이 조금씩 발견되기 시작하더니 2007년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라는 결정적인 발견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체세포에 배아줄기세포의 핵심 인자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세포를 역분화해 만들어낸 줄기세포인데요. 그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전분화능’ 능력을 지닌 세포는 배아 상태에서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는데,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의 전분화능을 살릴 방법을 발견한 것이죠. 이를 발견한 이가 바로 알토스 랩스 과학자문위원회 의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알려진 야마나카 신야입니다. 그는 유도만능줄기세포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죠.

유도만능줄기세포 제조

#가설들

물론 유전자 리프로그래밍 외에도 항노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노화의 원인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에 다양한 가설들을 검증해 보고 있는 것이죠. 유전자 리프로그래밍은 영생이라는 욕망까지 가지 않더라도 손상된 세포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난치성 질병 치료라는 의미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인위적으로 역분화시킨 세포가 미분화 세포와 동일한 역할을 할지,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암세포로 바뀔 가능성은 없는지 확인해야 하죠. 어떤 미래가 실현될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이네요.

#NFT
디지털 세계의 원본을 찾아서

NFT를 아시나요?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처음으로 게재했던 트윗(“just setting up my twttr”)이 NFT 거래 플랫폼에서 약 32억7000만 원에 판매됐다고 합니다. NFT가 대체 무엇이길래 검색만 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트윗 한 줄을 32억에 구매한 것일까요?

#고유값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뜻하는 NFT(Non-Fungible Token)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 기술인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입니다. 코인이나 토큰과 유사한 개념인데 그것들과는 구별되는 큰 특징이 있죠. 바로 각 토큰이 고유값을 지닌다는 점입니다. 이 고유값 때문에 하나의 NFT는 다른 NFT와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코인이나 토큰처럼 그 자체로 거래될 수는 없죠. 그 대신에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에 각기 다른 서명이 쓰였다고 생각해 보세요. 교환이 어려워지는 대신 위변조가 불가능해 신뢰도가 높아지고, 고유성과 희소성이라는 특징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디지털 자산

NFT는 최근 디지털 자산과 결합하는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일련번호를 매기듯이 NFT를 디지털상의 콘텐츠에 결합해 복제가 불가능하게끔 만드는 것이죠. 오직 하나만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에 새로운 투자 가치도 발생했습니다. NFT는 게임,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예술 등 다양한 분야와 융합하고 있어요. 미국 프로농구 연맹인 NBA는 NFT 거래 플랫폼인 ‘NBA 톱샷 서비스’를 만들어 프로농구 선수들의 영상에 NFT를 담아 거래하고 있습니다.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는 소속 가수들의 굿즈와 NFT를 결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요. 방송사인 MBC는 무한도전 등 자사의 유명 프로그램의 클립 일부를 NFT화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실물 자산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NFT의 소유권은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만 유효하지 실물 자산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점입니다. 7월 국보 훈민정음해례본을 소유한 간송미술관이 해례본을 NFT화해 개당 1억 원에 팔았고, 약 80개가 팔렸다고 하죠. 그런데 미술관은 해례본을 디지털화한 뒤 그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한 것이지, 실제 해례본에 관한 권리를 양도한 것은 아닙니다. 복제가 불가능한 원본의 개념이 디지털상에 출현했다는 점에서 소유권이라 표현했지만, 이러한 현상은 소유권의 거래라기보다 새로운 유형의 자산에 대한 투자 혹은 ‘팬심’의 표현이라고 보는 게 적합할 듯합니다.

지난 7월 스티븐 잡스의 자필 이력서를 NFT화한 것이 경매에 부쳐졌는데요.
실물 이력서와 NFT는 각각 다른 이에게 낙찰되었습니다.

#소장 가치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거래한다는 점 때문에 NFT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많습니다. 최근 NFT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예술계인데요. 10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디지털 예술가 ‘비플’의 ‘매일: 첫 5,000일’이라는 작품이 약 780억 원에 낙찰됐습니다. 이 작품은 JPEG 파일 5,000개를 모아 완성한 디지털 이미지입니다. 3월 번트 파이낸스는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작품 ‘바보들’을 NFT화한 뒤 원본을 불로 태워버렸습니다. 이를 두고 예술 작품은 투자뿐만 아니라 소장 가치를 지니는데 하나뿐인 것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과연 ‘소장’했다고 볼 수 있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편 NFT 광풍 뒤에는 위와 같은 예술 행위와 함께 마케팅이 뒤섞여 있다고 보는 이들도 많아요. 실제로 비플의 작품을 구매한 이는 NFT 투자 회사의 임원이었고, 잭 도시의 NTF화된 트윗을 낙찰받은 이는 암호화폐 관련 기업 브릿지오라클의 대표라고 알려졌거든요. NFT 띄우기 세력이 트렌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거죠.

그렇다면 NFT를 그저 거품이 잔뜩 낀 이벤트성 투자 상품으로 봐야 할까요? NFT는 실물의 존재를 따질 필요 없는 메타버스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더 샌드박스’는 게임 내 부동산 등을 NFT화해 아이템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이를 수익화함으로써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있거든요. NFT의 열풍이 계속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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