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영화관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인생 영화관’에서는
임직원 여러분의 인생 영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CPO)동반성장팀 서한솔 매니저의 인생 영화이자,
여름의 아름다운 유럽 풍경을 담아낸 작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소개합니다.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 주연 티모시 살라메(엘리오 역), 아미 해머(올리버 역)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983년 북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주인공 ‘엘리오’가 첫사랑을 겪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를 추천하는 이유는 ‘사랑’을 시청각 예술로 표현해 낸, 보기만 해도 이탈리아로 여름 휴가를 다녀온 것 같은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018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본 이후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 항상 이 영화라고 대답합니다. 영화 굿즈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지금까지 열 번은 다시 본 것 같은데요. 당시 대학생이던 저는 순수하고도 강렬한 사랑 이야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저는 불문학 전공인데요. 영화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라틴어 및 라틴어 계열 언어(프랑스어, 이탈리어)와 햇살이 부서지는 여름의 유럽 풍경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대표적인 퀴어 영화이지만, 성별을 떠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 그 자체에 집중한 멋진 영화입니다. 그리고 배경음악, 장면 연출, 대사들이 굉장히 절제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덜어내고, 본질에 집중시키는 매력이 있습니다. 수프얀 스티븐스가 작업한 사운드 트랙이 굉장히 유명한데, 저도 한정판 음반들을 소장하고 있답니다.
영화 내내 펼쳐지는 눈부신 여름 이탈리아의 풍경도 좋지만, 인상 깊은 장면으로는 아래의 두 가지를 꼽고 싶습니다.
Scene1 – 영화 후반부, 주인공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건네는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
사랑에 아파하는 엘리오에게 그의 아버지는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려고 마음을 잔뜩 떼어내다간 서른쯤 되었을 땐 남는 게 없단다. 그럼 새로운 인연에게 내어줄 게 없지.”로 시작하는 조언을 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장면으로 꼽는 장면이니,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끝까지 적지는 않겠습니다.
Scene2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의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영화가 끝나갈 쯤부터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갈 때까지 카메라는 주인공 엘리오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의 얼굴만 비춥니다. 그는 아무런 대사 없이 수프얀 스티븐스의 음악 ‘Visions of Gideon’에 맞춰 표정으로만 연기를 하는데요. 앞서 흘러간 모든 줄거리와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을 응집한 명장면입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부문에서 역사상 세 번째로 어린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으며, 이후 영화 ‘듄’에도 캐스팅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아버지인 ‘펄먼 교수’입니다. 그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고고학 교수로, 여름마다 북부 이탈리아의 별장에 와서 연구를 하는데요. 유럽계 미국인답게 영어와 여러 유럽어를 구사하기도 하고, 고고학, 언어학, 문학에 대해 보조 연구원 및 가족들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는 지성인이면서, 쉴 때는 마냥 즐겁게 쉼을 향유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녀를 컨트롤하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무언가 깨우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자세가 인상깊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부모상이 아닐까 싶네요!
<녹색 광선>은 프랑스 영화감독 에릭 로메르의 가장 유명한 작품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공통점이 있어서 추가로 추천하고자 합니다.
① 두 영화 모두 1980년대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②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동명 소설(안드레 애치먼 작)을 영화화한 것이고, <녹색 광선>은 동명 소설(쥘 베른 작)의 제목을 차용하고 소재를 가져온 영화입니다.
③ 두 영화 모두 유럽의 여름 휴가 풍경을 볼 수 있고,
④ 10~20대의 사랑에 대한 고찰과 아픔을 주제로 합니다.
⑤ 두 영화 모두 영상, 음악, 대사가 절제되어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 영화는 대사가 많기로 유명한데, 이 영화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에릭 로메르의 팬으로서 그의 유명작은 대부분 봤는데요. <녹색 광선>은 비교적 잔잔하고 침울한 분위기이므로, 발랄하고 ‘전형적인 프랑스 영화의 특징’이 궁금한 분들은 1987년작 <레네트와 미라벨의 네 가지 모험>을 추천합니다. 그의 영화들에 나오는 그 시절 패션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