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2021년이 마무리되는 시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누군가는 변화 속에서 기회를 잡고 누군가는 변화를 외면하며 뒤처집니다. 변화가 숙명인 시대라면, 이제 그 변화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다가올 2022년의 트렌드를 미리 살펴보며 기분 좋게 변화를 맞이해 보세요.
‘10억 분의 1’을 뜻하는 접두사 ‘나노(nano)’로 표현된 나노사회는 공동체가 개인이란 극소 단위로 분화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사실 1950년대 산업화 이후 꾸준히 나타난 현상이었는데요, 최근 그 경향성이 매우 강력해졌을 뿐 아니라 다른 트렌드 변화까지 추동하는 중요한 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오히려 편한 사람들, 동네 가게 주인이 개인적인 인사를 하면 다른 곳을 찾는 사람들, 비대면 방식의 수업이 더 익숙한 학생들, 개인 취향을 매개로 만남을 갖는 사람들 등 공동체의 유대감보다 개개인 자체를 더욱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나노사회의 특징인데요. 이로 인해 트렌드는 보다 미세화되어 집단 간의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고, 노동은 파편화되어 프리랜서와 부업의 비중이 높아지고, 산업은 세분화되어 개인의 니즈를 맞추는 제품과 서비스가 늘고 있습니다.
머니러시는 부업과 투자 등을 통해 수입이 들어오는 파이프라인을 다변화·극대화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각종 SNS로 인해 소비를 향한 욕망은 커진 데 반해 개인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투잡을 넘어선 N잡을 통해, 그리고 레버리지, 공모주, NFT 등의 투자를 통해 수입을 늘리고자 고군분투 중이죠. 돈에 대한 관심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지만, 그 관심이 마치 미국 서부에 금광이 발견되자 수많은 이들이 몰리던 ‘골드러시’ 때와 비견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한국 사회의 속물화로 볼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는 결국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동시대인들의 커리어 확장으로도 볼 수 있어요. 개인의 가치가 중요해지는 사회에서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자신만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머니러시를 성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삼아 볼 수도 있겠네요.
값비싼 제품을 사는 것도 이젠 별로 자랑거리가 되지 않아요. 경제적 능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희소한 상품을 얻어야 진정한 차별성을 지니지요. 이러한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밤새 줄을 서거나 추첨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죠.
이런 득템력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는 여기에 소비자들의 새로운 문화가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득템의 과정은 SNS에 공유되고, 한정된 아이템은 투자의 일환이 되죠. 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아 정교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해요. 즉, 소비의 관심을 사로잡는 제품, 브랜드, 마케팅으로 화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입니다.
‘오도이촌’이란 말 들어 보셨나요? 5일은 도시에서, 2일은 촌에서 머무르는 걸 말하는데요. 이처럼 자연과 시골의 매력을 즐기며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러스틱 라이프라고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에 제약을 받으며 이러한 경향은 더욱 급속히 퍼졌고, 경제 위축과 인구 감소로 고민이 많은 지방자치단체에게도 하나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시골로의 짧은 여행부터 한 달 살기, 시골의 세컨드 하우스에서 머물기, 시골로 이주하기 등 다양한 방식의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데요. 여기서 세컨드 하우스는 예전 부자들이 소유하던 고급 별장이 아니라 농막이나 빈집 등 소박하고 작은 집들을 말해요. 또 시골에 거주하는 것도 예전처럼 농사를 지으러만 가는 것이 아니에요. 로컬 감성의 작은 상점을 직접 운영하거나 SNS를 통해 소통하며 러스틱 라이프를 공유하곤 하죠. 지역 경제 활성화와 개인의 행복을 동시에 이루어 가기 위한 상생의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각자 도생의 시대 속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세대는 건강 관리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긴 후에야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던 기성 세대와는 다른 모습이죠. 또 과거엔 건강을 챙기는 것을 쾌락을 멀리하고 절제하는 삶으로 여겼다면, 이젠 맛있게 먹으면서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러한 즐거운 건강 관리법을 헬시플레저라고 해요.
곤약 떡볶이, 두부면 비빔국수, 영양소를 확대 표기한 편의점 도시락 등의 음식부터 초콜릿맛 프로틴 브라우니, 딸기맛 무설탕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까지, 맛있으면서 건강한 식사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고, 숙면 베개, 수면 측정 앱, 안마의자 등 효율적인 피로 관리 제품도 인기를 얻고 있죠. 즐겁게 멘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건강 관리법입니다. 재미로 보는 운세, 불멍, 향멍 등의 멍 때리기, 미술치료·요가치료 등의 심리치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즐겁게 멘탈을 챙기고 있습니다.
비대면 문화가 일상으로 자리잡은 시대, 시공간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완전한 실재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기술, 실재감테크가 소비자와의 관계를 만드는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상 인간을 모델로 한 TV 광고, 생방송 스트리밍으로 제품을 파는 라이브커머스, 가상 공간에서 학습하는 실감형 교육 콘텐츠, 가상 현실 치료법, 메타버스 사무 공간 등 실재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시도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죠.
이처럼 기업은 소비자가 실재감테크 속에서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만들고, 그 속에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어떻게 느끼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켜나가야 합니다. 어떻게 고객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방법적 도구로서 실재감테크를 활용하는 것이죠. 즉,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의 핵심은 누가 더 실재감을 잘 만드느냐에 달린 것입니다.
서사, 즉 내러티브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대중을 자극하는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보잘것없던 회사의 주식이 천정부지로 값이 올라가고, 변방의 정치인이 엄청난 인기를 얻기도 하죠. 때문에 기업의 내러티브가 점차 중요해지고, 내러티브 자본이란 개념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제 기업의 성과뿐 아니라 기업 문화, 브랜드, 고객과의 관계, 경영진과 직원의 자질 등에 관한 다양한 내러티브가 사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고려되기 시작했죠.
이러한 내러티브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끊임없이 창조해 내고, 기업의 확고한 정체성을 만들어 추종자를 이끌고, 팬덤 소비자들이 자생적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어 가기에 이릅니다. 우리가 이렇게 내러티브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쩌면 모험처럼 멋지고 신비로운 내러티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