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빅테크 기업들의 농업 투자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작년 9월 빌 게이츠가 설립한 투자사 BEV는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 아이언옥스에 5000만 달러(약 590억 원)를 투자했죠. 지난 12월 국내 모기업은 농업 플랫폼 스타트업인 그린랩스에 35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이들이 농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식량 위기
지난 12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 농업용 토지와 수자원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에서 2050년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환경 오염과 기후 변화로 농업 생산 체계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한편 전 세계 인구수는 2050년까지 약 97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수요에 맞추려면 식량 생산량을 50% 이상 늘려야 하죠. 농업이 미래 위기에 대비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새로운 차원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인식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 중입니다. 농업(Agriculture)에 첨단 기술(Technology)을 접목한 애그테크(AgTech)로 말이죠.
#농업 자동화
전통적인 농업 기업은 농기계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인 360iResearch LLP는 2021년 보고서에서 전 세계 자율주행 트랙터 시장이 2020년 9억2657만 달러에서 2026년 17억45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농기계 기업 디어 앤 컴퍼니는 2017년 AI 스타트업 블루리버테크놀로지를 인수해 자율주행 트랙터를 출시했습니다. GPS와 카메라 센서를 트랙터에 탑재해 운전자 없이도 좁은 농지에서 정확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농업 자동화 스타트업 종류
#농업 솔루션
빅테크 기업들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구글벤처스는 2015년 애그테크 스타트업인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1500만 달러(약 164억 원)를 투자했고, 2017년엔 과수원용 로봇을 개발하는 어번던트 로보틱스에도 투자했죠. 소프트뱅크는 2017년 수직농장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 플렌티에 2억 달러(약 2360억 원)를 투자했습니다. 수직농장은 흙, 햇빛, 농약 없이 배양액과 LED 조명, 온·습도 조절 시스템을 활용하는 농법으로 일반 농장보다 350배 많은 작물 생산이 가능합니다. MS는 아예 여러 스타트업과 손잡고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애저 팜비트’라 불리는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을 현재보다 70%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2019년 서울교통공사는 한 스타트업과 손잡고 서울 지하철 5개 역사에 ‘스마트팜’이라 불리는 수직농장을 조성했습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약 38일 정도가 소요되고, 당일 수확된 작물은 바로 옆 카페에서 샐러드로 판매된다고 하네요. 변화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칩)와 연산·처리하는 비메모리 반도체(이하 로직 칩)로 양분되는 반도체 시장. 빅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미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 중인 로직 칩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로직 칩 성능 고도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폰 노이만 병목현상
가장 큰 흐름은 로직 칩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AI용 로직 칩을 새로 개발하고 있는데요. 기존 로직 칩이 AI 구동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로직 칩은 메모리 칩과 쌍으로 동작합니다. 메모리에 저장한 정보를 CPU(로직 칩)에서 연산해 다시 메모리에 저장하는 컴퓨터의 구조를 생각하면 됩니다. 저장과 연산으로 역할을 나눈 덕분에 로직 칩은 범용성을 갖추게 됐지만 큰 한계가 생겼습니다. 빅데이터 처리 시 로직 칩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메모리 칩을 오가는 처리 방식 때문에 성능 저하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범용 컴퓨터 구조를 확립한 폰 노이만의 이름을 따서 ‘폰 노이만 병목현상’이라 부릅니다.
#AI+로직 칩
로직 칩의 발전은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시도라 보아도 무방합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1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AI용 로직 칩 개발의 흐름을 세 단계로 분류했습니다. 첫째는 그래픽처리장치(이하 GPU)입니다. GPU 개발사인 엔비디아는 정보를 순차적으로 처리(직렬 연산)하는 CPU에 비해 빅데이터를 동시 처리(병렬 연산)하는 GPU가 AI에 적합하다는 특징을 일찍이 간파하고 GPU를 AI 가속기로 활용합니다. 2016년, 알파고는 엔비디아의 기술을 적용해 1,202개의 CPU에 176개의 GPU를 결합해 빅데이터를 처리했죠. 그러나 여전히 D램을 오가는 처리 방식 때문에 전력 소모량이 매우 컸습니다.
이후 등장한 것이 로직 칩의 회로 구조를 개선해 전력 효율을 높인 주문 제작형 칩 ASIC입니다. ASIC은 메모리와 CPU, GPU 등을 로직 칩 안에 통합 탑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 온 칩(SoC)’이라고도 불립니다. 이제는 데이터 센터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 기기에서 직접 연산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기에 칩의 소형화가 중요합니다. 애플, 테슬라 등의 빅테크 기업이 자체 개발하고 있는 칩이 바로 ASIC입니다. 다만 ASIC은 개발 기간이 길고 비용도 높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뉴로모픽
가트너가 세 번째 발전 단계로 지목한 뉴로모픽(Neuromorphic)은 인간의 뇌 신경망(neuro)을 모방한(morphic) 새로운 차원의 칩입니다. 칩 안에 여러 개의 코어와 메모리 등이 탑재되어 있는데, 코어가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 역할을, 메모리가 뉴런을 잇는 시냅스 역할을 담당합니다. 성인의 뇌에는 약 1,011개의 뉴런이 존재하는데, 시냅스가 이 뉴런들을 연결해 약 20W의 적은 에너지로도 정보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합니다.
기존 로직 칩과 뉴로모픽의 비교
뉴로모픽의 목표는 인간의 뇌처럼 적은 전력으로 고차원적 연산 및 추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ASIC이 메모리, 로직 칩의 연결 방식을 개선했다면 뉴로모픽에 이르러서는 메모리와 로직 칩의 구분이 거의 무의미해지죠. IBM과 인텔이 뉴로모픽을 개발 중이고 삼성도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가트너는 뉴로모픽 개발이 2024년 본격화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2022년 전략 기술 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2022년 사업을 이끌 주요 기술로 생성적 AI, 초자동화, 데이터 섬유 등이 언급되었는데요. 가트너 보고서를 통해 올해 사업 기술 트렌드를 전망해봅니다.
#성장 가속화
가트너는 총 12개 기술 트렌드를 3개 주제로 구분했습니다. 첫째는 성장 가속화입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기존 비즈니스의 가치를 극대화할 기술로 자율 시스템, 생성적 AI 등을 언급했는데요. 자율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관리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말합니다. 사람이 업데이트하지 않아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알고리즘을 능동적으로 수정하기에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생성적 AI는 학습을 통해 텍스트만이 아닌 오디오, 이미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해내는 AI를 말합니다. 현재 생성적 AI가 만드는 데이터 비중은 1% 미만이지만 2025년엔 10%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가트너 2022년 12대 기술 트렌드
#구현 기술의 변화
둘째는 구현 기술의 변화입니다. 조직 내에도 디지털화를 확대할 기술이 필요한데요. 이를 위해 구성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초자동화 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성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은 서비스를 모듈 단위로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모듈 형태이기에 새로운 기능을 쉽게 추가할 수 있어 신속한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며 운용 편의성도 높일 수 있습니다. 초자동화는 가능한 많은 비즈니스 영역을 자동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트너는 실력이 우수한 초자동화팀은 업무 품질 향상, 비즈니스 프로세스 가속화, 의사결정 민첩성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밝혔습니다.
#공학적 신뢰
셋째는 공학적 신뢰입니다. 기술 기반의 비즈니스 혁신을 이끌려면 신뢰할 수 있는 요소들이 필요합니다. 가트너는 데이터 섬유, 사이버보안망 등을 언급했습니다. 데이터 섬유는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입니다. 여러 플랫폼의 데이터를 상호 연결함으로써 숨겨진 데이터를 발견해 자원 전반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이버보안망은 통합 보안 구조를 말합니다. 어디에서나 일을 할 수 있는 환경 때문에 전통적인 보안 영역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안성을 높이려면 통합 구조가 필요합니다.
가트너 부사장 데이비드 그룸브리지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코로나19를 견딘 기업들이 “디지털 환경에 맞춰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하고 규모를 확장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2022년엔 조직 운영에 탄력성을 더하면서도 사업 확장을 도울 기술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