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독일 정부가 에너지 전환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재생에너지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독일은 2030년 소비 전력의 80%를, 2035년엔 100%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재생 에너지 전환 목표치가 2030년 20%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죠. 독일에겐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걸까요? 2011년 무렵부터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며 정책을 지속 보완해온 독일에 의해 처음 거론된 개념이 있는데요. 바로 섹터 커플링입니다.
#독일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에너지 전환 모범국이죠. 이미 소비 전력의 41.1%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2020년 기준).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2011년 무렵부터 가속화되고 있어요. 1970년대 석유 파동과 19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지켜본 후 2000년에 에너지 전환 정책의 토대가 되는 재생에너지법을 발효했는데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엔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하며 더욱 속도가 붙었죠. 일찍부터 에너지 전환을 시도해온만큼 독일은 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에 먼저 노출됐어요. 그중 하나가 잉여전력 문제예요.
#P2X
전력계통은 특성상 전력 수급을 항상 일치시켜줘야 하는데요.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해야 하는 시스템이죠. 기존의 화석 연료 발전은 이것이 비교적 가능했는데, 기후 변화에 의존하는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의 경우 필요한 만큼만 전력을 생산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이러한 재생 에너지의 변동성 문제는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기에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선결해야 할 문제죠. 2013년 무렵 독일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한 개념이 바로 섹터 커플링이에요. 섹터 커플링이란 잉여전력을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변환해 사용 및 저장하는 시스템을 말해요. P2X(Power-to-X)라고도 칭하는데, X는 변환 가능한 다양한 에너지를 의미하죠.
P2X 종류
#전기화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섹터 커플링은 에너지 시스템을 통합해 에너지 사용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녀요.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재생 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 소비 단계에서 재생 에너지 사용률을 높이는 일도 중요한데요. 예를 들어 난방이나 운송과 같은 부문은 여전히 석탄이나 석유 등 전통적인 에너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이 쉽지 않은 영역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전 영역에 걸쳐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려면 에너지 시스템을 통합해 각 부문을 긴밀히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요.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러한 에너지 통합이 전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P2H, P2M, P2G에서 전기를 매개로 각 부문이 연계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에너지 전환이 일어날수록 전기가 에너지 시스템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는 ‘전기화(electrification)’ 역시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여요.
미국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웹 3.0 분야에 몰린 투자 금액이 18억 달러(2조2927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웹 3.0은 웹 1.0과 웹 2.0을 잇는 또 한번의 웹 패러다임 전환을 뜻하는 개념인데요. 웹 서비스가 도대체 어떻게 변화하고 있길래 구글, 메타 등의 빅테크 기업이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웹 3.0에 매달리고 있는 걸까요?
#사용자 참여
웹 3.0을 이해하려면 웹 1.0과 웹 2.0에 대해 먼저 이해해야겠죠? 웹 1.0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닷컴버블의 영향으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던 시기를 말해요. 이 당시 웹의 특징을 한 단어로 축약하자면 ‘단방향성’인데요. 웹 서비스 이용자들은 인터넷 서비스 사용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였어요. 인터넷은 뉴스 등을 검색하고 읽는 정도의 공간이었죠. 닷컴버블이 꺼지며 새로운 유형의 기업들이 등장했는데, 바로 현재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우는 플랫폼 사업자입니다. 유튜브, 메타와 같은 기업들은 사용자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어요. 이 플랫폼 안에서 웹 서비스는 ‘양방향성’이라는 특징을 지니게 되는데요. 이 시기를 웹 2.0이라 불러요. 이제 사용자는 검색하고 읽어낼 뿐만 아니라 생산하고 공유할 수도 있게 되었죠.
#데이터 주권
그러나 이 플랫폼 사업자들의 덩치가 커지며 웹 2.0의 한계가 드러났어요. 바로 데이터와 수익의 독점이에요. 사용자의 참여로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이 생태계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광고 수익이나 수수료의 형태로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 우리나라와 미국, EU 등에서 빅테크 규제안이 자꾸 거론되는 이유도 이러한 독점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예요. 웹 3.0은 데이터의 주권을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그것의 생산자인 대중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에요.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의 탈중앙화가 가능해지며 더욱 본격화되었죠. 예전에는 기업만이 데이터를 보유하고 관리할 수 있었다면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이 데이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됐어요. 따라서 최근 거론되는 웹 3.0은 웹 2.0의 ‘사용자 참여’라는 특성에 ‘사용자 소유’라는 특성이 덧붙여진 개념이라 할 수 있어요.
웹 1.0에서 3.0까지
#탈중앙화
그러나 웹 3.0이 사용자를 위한 탈중앙화 웹 서비스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관해선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많아요. 작년 말 트위터에선 웹 3.0의 실체성을 놓고 한 차례 큰 논쟁이 있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웹 3.0을 본 사람이 있나? 나는 그것을 찾을 수 없다”는 트윗을 게재하며 웹 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일 뿐이라고 꼬집었습니다. 트위터 전 CEO인 잭 도시도 웹 3.0이 벤처 투자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국 다른 명칭을 붙인 중앙 집중적인 인터넷이 될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내비쳤어요. 현재 웹 3.0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대중이 아니라 벤처 투자자들과 빅테크 기업들인데, 이들에 의해 과연 대중이 원하는 수준의 웹 3.0이 실현될지에 대해 의문을 품은 것이죠.
웹 3.0은 이제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단계라 어찌 보면 일론 머스크의 말처럼 아직은 실체가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러나 웹 2.0의 한계와 그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웹 서비스가 또 한번의 변화를 앞두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네요.
거의 모든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뛰어들고 있는 시대, 코딩 능력을 갖춘 인재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전 세계가 개발자 구인난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빅테크 기업들은 구인난에 지쳐 자신들이 원하는 IT 인재를 직접 키우겠다며 교육에 나섰는데요. 한쪽에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발자 부족이라는 문제에 대처하고 있어요. 바로 노코드입니다.
#드래그 앤 드롭
노코드란 말 그대로 코드를 사용하지 않고 앱을 개발하는 것을 말해요. 코딩 없이 어떻게 앱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노코드로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노코드 플랫폼이 등장했는데요. 사용자는 이 플랫폼에서 템플릿을 선택하거나 기능을 ‘드래그 앱 드롭’하는 방식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어요. 노코드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로우코드 역시 노코드와 구현 방식은 같고, 결과물의 완성도를 위해 코딩이 약간 추가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죠.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가트너는 2025년까지 기업에서 개발한 새로운 앱의 70%가 로우코드 또는 노코드 기술로 만들어질 것이라 전망했어요. 미국 경제 잡지인 포브스도 2021년 이후 세상을 뒤흔들 12가지 기술에 로우코드와 노코드를 선정했고요. 노코드와 로우코드의 장점은 아주 분명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하는 게 아니라 직관적인 환경에서 앱을 개발할 수 있기에 앱 개발 속도가 빠르고 개발 비용도 낮다는 점이죠.
#앱 빌더
기업들은 노코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요즘은 앱 빌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요. 비즈니스의 종류에 따라 정말 다양한 종류의 앱 빌더가 출시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한 금융기관이 고객센터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길 원한다고 가정해 보죠. 이 기업은 개발자를 채용해 챗봇 서비스를 직접 개발할 수도 있겠지만 앱 개발 회사가 제공하는 챗봇 빌더를 활용할 수도 있어요. 기존에는 A부터 Z까지 모든 요소를 개발자가 코딩으로 구현했다면 빌더를 이용해 앱 개발 과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는 것이죠. 이외에도 모바일 앱, 웹사이트 빌더, 커뮤니티 빌더 등 일반인도 접근 가능한 다양한 유형의 빌더가 출시되어 있어요.
대표적인 노코드 플랫폼
#자연어
그렇다면 이제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이해 없이도 노코드 플랫폼으로 복잡한 앱을 뚝딱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고 봐도 무방한 걸까요? 노코드 플랫폼에도 단점은 있어요. 먼저 노코드는 유연성이 떨어져요.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소스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가 복잡한 앱을 개발하려면 결국 개발자가 개입해야 해요. 노코드 플랫폼이 아무리 직관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해도 작업을 위해선 플랫폼 활용법을 학습해야 하는데요. 만약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다면 이 역시 큰 장애물로 느껴질 수 있죠. 현재까지 노코드와 로우코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일반인보다는 기업과 개발자라고 봐야 할 거 같아요.
개발자 없이도 코딩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요? 사실 앱 개발이 어려운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인간 세상의 것을 자연어가 아닌 프로그래밍 언어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일 거예요. 자연어로 앱을 개발하게 되는 날이 오면 진정한 의미의 노코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사람의 말을 코드로 치환해주는 AI 언어모델(MS의 GPT-3)이 등장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으니 기대를 가져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