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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테크 이슈

#전기요금인상

정부가 장고 끝에 3분기 전기요금을 kWh당 5원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021년부터 시행된 신전기요금 체계에 따르면 연료비의 등락에 따라 분기당 최대 3원, 연간 최대 5원까지 전기요금을 올릴 수 있는데요. 이 상한 기준까지 수정하며 인상을 결정한 것입니다. 언론과 여론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 고물가 상황에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총괄원가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에너지 전환 모범국이죠. 이미 소비 전력의 41.1%를 재생 에너지로 충당하고 있습니다(2020년 기준). 독일의 에너지 전환은 2011년 무렵부터 가속화되고 있어요. 1970년대 석유 파동과 1980년대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지켜본 후 2000년에 에너지 전환 정책의 토대가 되는 재생에너지법을 발효했는데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엔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결정하며 더욱 속도가 붙었죠. 일찍부터 에너지 전환을 시도해온만큼 독일은 재생 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문제들에 먼저 노출됐어요. 그중 하나가 잉여전력 문제예요.


#정책비용

신기후 체제, 에너지 전환 등으로 에너지 산업에 변화가 포착되면서 전통적 요금 체계에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총괄원가 체계로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정책 목표 이행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었는데요.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늘어났는데 총괄원가만으론 이를 보상해줄 수 없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많은 국가가 신재생 에너지 의무 할당제인 ‘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를 운영 중인데, 대규모 설비 투자를 감행해야 하는 사업자의 입장에선 재무 안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러한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할 동기가 적어집니다. 그리고 이는 국가의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어요. RPS를 이행 중인 유럽과 미국 등의 해외 국가에서는 사업자가 이 정책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연료비 연동제도 그중 하나이며, 우리나라 역시 2011년 도입을 시도했지만 좌절된 바 있죠. 그러다 2020년 말에야 도입이 결정된 것입니다.


#연료비 연동제

연료비 연동제는 미리 정해 둔 산식에 따라 연료비 변동분을 전기료에 자동 반영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요금 심사 지연으로 가격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연료비 변동분을 요금에 신속하게 반영하고, 가격 결정 과정에 정치적 개입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죠. 그러나 연료비 변동분이 무조건 반영되는 것은 아닙니다. 연료비의 급등으로 전기료가 급격하게 오르면 국민 생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공공 서비스의 성격을 감안해 정부는 분기별 3원, 연간 5원을 넘어 인상하지 못하도록 변동 폭을 제한했습니다.

요금 인상이 결정되기 전 한전은 정부에 3분기 요금 인상안과 함께 제도 개편을 요청했는데요. 한전은 현행 연료비 연동제만으로는 재무 위험을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올해 1분기 한전은 약 7조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는데요.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된 상황이지만 이미 몇 년 전부터 적자가 심각했고, 연료비 변동 폭 제한 때문에 정책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죠. 정부는 한전의 이러한 요구를 일정 부분 받아들여 변동 폭을 상향 조정하는 것으로 규정을 변경했습니다. 그렇게 도출된 것이 바로 이번의 전기요금입니다. 연료비 연동제가 에너지 전환 정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전기요금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이네요.

#국제 유가

국제 유가가 요동치고 있어요. 올해 2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96달러를 기록했던 국제 유가가 3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1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3주 만에 100달러 아래로 다시 떨어졌었는데요. 이후 12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7월 초엔 100달러 아래로 폭락했습니다. 국제 유가가 이렇게 불안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급 불균형

근본적인 원인은 수급 불균형에 있는데요. 우선 공급 부족의 원인을 살펴볼까요? 석유수출국기구(이하 OPEC)는 1970년대 오일쇼크를 경험한 뒤 2000년대 들어서 적정유가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장기적 관점에서 고유가는 경기침체를 불러오고 경기침체는 다시 석유 수요 감소로 이어지기에 유가 급등이 OPEC에게도 반가운 일은 아니에요. OPEC은 유가가 일정 선을 넘어서면 잉여생산능력을 가동해 석유를 시장에 추가 방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해왔는데요. 그런데 이 잉여생산능력을 확보하려면 석유 생산 시설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해요. 문제는 예전부터 OPEC이 석유 수요 예측 실패로 가격 조절자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는 거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을 만나며 투자 규모가 급격히 줄었어요. 수요 폭발의 상황은 길게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 거예요. OPEC의 잉여생산능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올해 초 팬데믹 종식이 가시화되었고 이미 시장에서는 석유 공급이 석유 수요 회복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퍼진 상황이었죠.


#전쟁

문제의 원인이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원인이 올해 3월 등장했는데요. 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에요. 러시아는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이에요. 전 세계 원유 중 11%가 러시아에서 흘러나오고 있죠. 그런데 우크라이나 공격에 대한 제재로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라는 카드를 빼 들었어요. 러시아는 제재에 맞서 원유를 큰 폭으로 할인해 중국, 인도, 터키 등으로 수출 경로를 돌리는 중인데요. 이 때문인지 6월 기준,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이 크게 줄어들진 않았다고 해요. 그러나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완전히 막힐 경우 안 그래도 구조적 요인을 안고 있던 석유 시장은 더욱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요. 특히 전쟁은 예측 불가능한 변수라는 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죠.

10개국 원유 생산 비율 (단위=%)

#미국

유가 안정화를 위해 가장 동분서주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인데요. OPEC과의 협의 끝에 원류 증산 약속을 받아내긴 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감산되었던 양을 생각하면 증산량이 크지 않아 시장의 반응은 미온적이에요. 2010년 셰일 오일 발견으로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떠오른 미국이 직접 증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셰일 업계를 설득하고 있지만 업계의 반응을 보면 증산이 이루어질 것 같진 않아요. 이번 유가 급등으로 셰일 업계는 지난 20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의 총액보다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게 되었다고 해요. 업계에서는 ‘현금 쓰나미’라는 표현을 쓸 정도이죠. 상황이 이러한데 이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이유는 없어 보여요. 셰일혁명 당시 과도한 설비투자에 나섰다가 공급량 증가로 유가가 급락해 도산 위험에 처했던 기억이 있거든요. 유가의 향방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UAM

2025년부터 서울 수도권에서 항공기로 출퇴근이 가능해질 전망이에요. 국토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사업 ‘K-UAM’의 로드맵에 따르면 2022~2024년까지 비행 실증사업을 완료하고 2025년 서비스 시작, 2030년 본격 상용화가 예정되어 있는데요. 지난 5월 실증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모집에 국내 3사 이통사와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대한항공, 대우건설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모두 몰려 출사표를 던졌어요. K-UAM의 주요 사업 내용을 통해 UAM (Urban Air Mobility)의 개념을 짚어 볼게요.

#운항기준

올해부터 시행되는 실증사업인 ‘K-UAM 그랜드 챌린지’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형 운항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에요. 운항기준이란 도심 항공 운항과 연관된 공역(고도), 운항 대수, 회귀 간격, 환승 방식의 기준 등을 포함한 운항 개념도를 뜻해요. UAM 사업이 가장 활발한 미국에서는 UAM 기체를 개발 중인 보잉과 우버 등의 기업에 의해 운항기준 개념도가 나와 있는 상황이에요. 또한 미국항공우주국(이하 NASA)은 UAM을 비롯한 국가 항공 시스템을 통합하기 위한 프로젝트인 ‘내셔널 캠페인’을 진행 중인데요. 기체 성능 등을 시험하고 각종 기준을 마련 중이죠. 항공기의 자체 안정성 능력인 감항성을 인증하는 각국 감항 당국도 글로벌 안전기준을 세우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미국 연방항공청과 유럽항공안전청의 안전기준을 참고하고 NASA와도 협력해 한국형 운항기준을 마련한 후 이를 지역별 운항기준으로 구체화해 나갈 예정이에요.

K-UAM 수도권 지역 실증노선

#eVTOL

UAM에는 어떠한 기체가 사용될까요? 플라잉카, 드론 택시 등 다양한 개념이 거론되고 있고, 기체 모양도 개발 기업마다 천차만별인데요. UAM 기체의 가장 큰 방향성은 eVTOL이에요. 항공기는 크게 세 종류로 구분할 수 있어요. 긴 활주로를 필요로 하는 CTOL(Conventional Take-Off and Landing)과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 그리고 VTOL의 내연 기관을 전기 모터로 대체한 eVTOL로 말이죠. 이 개념들은 순서대로 비행기, 헬기, 드론의 상위 범주인데요. 비행기가 선택되지 못한 이유는 짐작 가능하지만, 헬기 대신 드론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핵심은 eVTOL의 구조적 안전성에 있어요. 영화에서 꼬리 날개를 격추당한 헬기가 추락하는 장면을 보신 적 있죠? 헬기는 가스 터빈 엔진이 하나의 긴 로터를 회전시켜 비행하는데요. 이 로터의 회전력 때문에 동체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현상이 발생해요. 이를 막아주는 것이 바로 꼬리 날개죠. 반면 드론은 여러 개의 전기 모터로 작동하고 이 모터 각각에 로터가 연결돼요. 하나가 동작을 멈추더라도 다른 로터의 동력으로 운행이 가능하죠. 쉽게 말해 VTOL이 eVTOL로 진화하며 구조가 단순해지고 안정성도 높아진 셈이에요.


#분산전기추진기술

이렇게 하나의 전기 배터리에서 생성하는 에너지로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기술을 분산전기추진기술이라 하는데요. UAM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죠. 이 분산전기추진기술로 설계 유연성을 확보한 덕분에 여러 개의 로터를 탑재한 다양한 형태의 기체가 개발되고 있어요. 분산전기추진기술 외에도 국토교통부는 K-UAM 로드맵에서 7대 핵심 기술 분야로 수직이착륙, 장거리 비행, 모터 구동 및 하이브리드형 모터, 자율비행, 충돌 회피 센서, 소음 및 진동제어를 언급했어요. eVTOL은 배터리 관련 기술이 중요한데,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충전 시간 확충을 위해 수소연료전지도 함께 개발 중이에요. 상용화 후 10년간은 유인비행 안정화에 집중하겠지만 최종적으로는 자율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AI 기술도 활용될 예정이에요.

국토교통부의 청사진에 따르면 오는 2025년에는 하늘길을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에서 여의도까지 20분, 여의도에서 잠실까지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해요. 2035년에는 서울과 대구, 서울과 부산도 1시간 만에 이동 가능해지고요. UAM은 단독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라 버스, 택시, 지하철, 철도 등의 기존 대중교통과도 연계될 예정이에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UAM 사업을 추진 중인 만큼 몇 년 후에는 새로운 미래를 만나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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