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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테크 이슈

#그린 택소노미
유럽이 친환경으로 가는 길

7월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녹색산업 분류체계)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어요.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2023년 1월부터 원자력과 천연가스도 친환경 산업으로서 투자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탈원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친환경 에너지

그린 택소노미는 친환경 산업에 대한 금융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유럽연합이 만든 일종의 친환경 산업 목록이에요. 산업이 추구해야 할 6가지 환경 목표와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의 조건을 설정해, 이를 충족한다면 친환경 산업으로 투자받을 수 있게 했어요.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이 2021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됐죠. 한편 천연가스와 원자력은 그린 택소노미에서 줄곧 배제되었던 에너지원이에요. 천연가스는 탄소배출량이 석탄의 절반 수준이긴 하나, 탄소배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원자력은 안전과 폐기물 문제로 ‘다른 환경 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Do No Significant Harm, DNSH)’는 그린 택소노미의 원칙을 만족하지 못해 배제되었어요. 유럽 각국 정부의 투자는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된 산업에 집중될 테고,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는 민간 부문 역시 그린 택소노미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에게는 이 목록이 매우 중요하죠.


#프랑스와 독일

사실 2020년 그린 택소노미가 처음 공개되었을 때부터 원자력 포함 여부를 두고 유럽연합 내에서는 줄곧 논쟁이 있었어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핀란드, 폴란드 등의 국가는 원자력 포함에 찬성했고, 독일을 비롯한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이를 반대했죠. 찬성파는 원자력을 배제하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전력난을 피할 길이 없다고 홍보했고, 반대파는 그린워싱을 주장했는데요. 사실 프랑스와 독일의 에너지 소비 현황을 살펴보면 양국의 속내를 가늠해볼 수 있어요. 프랑스는 대표적인 원전 대국으로 자국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아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원자력 사업의 부활을 언급했을 정도로 원자력 유지에 대한 의지가 강하죠. 독일은 유럽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탈원전과 탈석탄을 향해 달리고 있는 나라이지만,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 의존도가 굉장히 높아졌어요. 메르켈 정부는 저렴한 천연가스 수입을 위해 독일과 러시아 사이의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를 건설하기도 했어요.

2020년 프랑스 전력 생산 에너지 비율
2021년 독일 1차 에너지 소비율

#조건

천연가스를 놓칠 수 없는 독일과 원자력 사업의 부흥을 꿈꾸는 프랑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결국 올해 2월 유럽연합 집행위에서 그린 택소노미에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포함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물론 유럽연합이 두 에너지원을 그냥 포함시킨 건 아니에요. 결정을 내리기 전 두 차례에 걸쳐 전문가 집단에 환경성과 안전성 평가를 받았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투자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할 몇 가지 조건들을 설정했죠. 원자력의 경우 기존 시설의 안전을 개선해야 하고, 안전성을 인정 받은 핵연료를 사용해야 하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운영에 관한 계획을 문서로 보유해야 해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기대하는 만큼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어요.

한편 우리나라 환경부는 그동안 그린 택소노미 제정 과정을 지켜본 후 K택소노미 개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혀 왔는데요. 이에 따라 K택소노미에도 원자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7월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8월 초까지 개정안 초안을 완성해 의견 수렴을 거쳐 올해 가을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해요. 현행 K택소노미에는 천연가스는 포함되어 있는 반면 원자력은 빠져 있는데요. 이번 개정안에 원자력이 포함될 것으로 보여요. 다만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 포함 조건으로 내걸었던 ‘인정받은 핵연료 사용’이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운영’ 등은 국내 기업에게는 너무 높은 기준이라 K택소노미에는 유럽보다 낮은 수준의 조건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디지털 트윈
현실을 복제해 미래를 예측하다

작년 말부터 국내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상용화하겠다고 밝혔어요.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의 물리적 대상을 디지털 세계에 그대로 옮겨 놓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해외에선 이미 다양한 산업에 디지털 트윈이 사용되고 있어요. 전통적인 제조 기업은 물론이고, IBM, 아마존 등의 빅테크 기업들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디지털 트윈 기술의 특징을 정리해보았어요.

#실시간 동기화

디지털 트윈 이전에도 현실 속 대상을 복제해 의사결정 과정에 활용하는 사례는 존재했는데요. 시뮬레이션(모의실험)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그것이에요. 그렇다면 시뮬레이션과 디지털 트윈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가장 큰 차이는 실시간 동기화를 통해 단순화된 현실이 아니라 변화하는 복잡한 현실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뮬레이션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건 1970년, 우주에서 고장난 아폴로13의 귀환을 위해 나사(NASA)가 지상에 우주 환경을 직접 구축했던 프로젝트예요. 이후 컴퓨터의 발전으로 시뮬레이션은 미리 설계한 알고리즘에 여러 조건을 대입해 연산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죠. 그런데 이러한 방식에는 한계가 있어요. 현실세계의 복잡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죠. 자동차 충돌 테스트를 예로 들면, 노면의 상태나 날씨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외부 요인들이 충돌에 영향을 미치지만, 이를 알고리즘에 모두 반영하기란 불가능해요. 그런데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현실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모아 이를 디지털 세계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해졌어요.

디지털 트윈 개념도
출처: 딜로이트(2017년)

#생산성

기업들은 디지털 트윈으로 어떤 효과를 얻고 있을까요? 이 기술을 가장 먼저 상용화한 기업은 제조기업 GE인데요. 2016년 산업용 클라우드 플랫폼인 프레딕스(Predix)를 공개했어요. 이 프레딕스를 활용해 항공기 엔진, 석유 굴착 장비, 발전기 등 다양한 제품의 디지털 트윈을 개발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GE항공이 제작한 제트 엔진에는 200개가 넘는 센서가 탑재되어 있고 이 센서는 비행기의 이륙에서 착륙까지 전 과정의 정보를 수집해요. 수집된 정보는 디지털 트윈에 반영되어 엔진 교체 시기 등을 예측하는 데 활용되죠. 엔진이 고장나면 비행기는 운항을 중단한 채 격납고에 머물러야 하는데,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손실이 늘어나요. GE항공은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엔진 고장으로 인한 결항 건수를 크게 감축했다고 해요.


#예측

최근 디지털 트윈은 여러 요소가 복잡하게 연결된 대규모 객체의 가상화에도 활용되고 있어요. 컴퓨터 GPU 제조기업 엔비디아(NVIDIA)는 작년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공개했는데요. 올해 2월 자사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디지털 트윈용 슈퍼컴퓨터 어스2(Earth-2)를 추가로 공개하며, 이를 기후 예측에 활용하겠다고 밝혔어요.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면 다양한 지역의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후 모델이 필요한데, 날씨 예측과는 달리 기후 예측에는 대기, 물, 빙하, 육지, 인간 활동의 물리, 화학, 생물학적 요소들을 모두 고려한 대단히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요구돼요. 엔비디아는 이를 위해 고속 연산이 가능한 슈퍼컴퓨터를 개발했어요. 이 기후 예측 프로젝트에는 신경망 딥러닝, GPU 가속 컴퓨팅 등 다양한 기술이 활용된다고 해요. 첨단 기술과의 융합으로 디지털 트윈은 향후 더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보여요.

#경기 침체
미국경제의 행방은?

최근 미국이 ‘경기 침체(Recession)’에 빠진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요. 통상적으로 미국 내에선 GDP가 두 분기 이상 연속으로 역성장하면 경기 침체로 보는데요, 올해 1분기에 -1.6%, 2분기에 -0.9%를 기록했거든요. 그러나 GDP 성장률만으로 경기 침체를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도 많아요. 미국 경제는 정말 위기에 빠진 걸까요?

#논쟁

가능성은 있어도 아직 경기 침체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GDP 외의 지표들을 가리켜요. 8월 1일 골드만삭스는 원자재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늘고 있다며 경기 둔화라 볼 수는 있어도 아직 경기 침체는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경기 침체가 와도 그 폭이 작을 거라고도 덧붙였고요.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올해 3월~6월 미국 실업률이 3.6%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경기 침체 국면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죠. 캘리포니아경제전망연구소(CEF)는 미국의 설비 가동률, 수출, 소비 등 주요 지표들을 거론했어요. 경기 침체를 논하기엔 주요 지표들이 안정적이라는 거죠. 경기 침체에 대한 진단을 놓고 의견이 이렇게 엇갈리는 이유는 경기 침체를 판단할 명확하고 합의된 기준이 없으며, 매우 다양한 경제적 요소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과거 GDP가 두 분기 연속 역성장하고도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은 사례가 있기도 하고요.

미국 GDP 성장률 추이
(단위=%)
출처: 미국 상무부

#NBER

그렇다면 현 상황이 경기 침체인지 아닌지 언제쯤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어쩌면 경기 침체가 다 지나간 후에야 공식적인 판단이 나올 수도 있어요. 미국에서 경기 침체를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곳은 비영리 경제연구기구인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이라는 곳인데요, 미 학계나 정부에서 모두 이곳의 판단을 인정하고 있어요. NBER은 경기 침체를 경제 전반에 걸쳐 수 개월 이상 경제 활동의 현저한 감소가 지속되는 경우로 정의하는데, GDP뿐만 아니라 실업률, 산업생산, 실질 개인 소비 지출, 도소매 판매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판단한다고 해요. 문제는 공식 판단이 있기까지 평균 7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에요. 예측보다는 사후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죠.


#영향

경기 침체가 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12번의 경기 침체를 겪었다고 해요. 경기 침체라고 해서 매번 같은 결과가 발생하진 않아요. 경기 침체에도 단기와 장기가 있고, 시기와 영향력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1990년대 초 기업들의 활발한 인수 합병으로 부채가 증가하고, 금융기관 부실화로 찾아왔던 경기 침체는 단기간에 지나갔고, 미국과 유럽 등에만 영향을 주었어요. 반면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로 나타난 경기 침체는 기간이 짧았음에도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소비가 저하되는 등 전 세계에 걸쳐 영향을 주었죠. 한편 제각기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던 경기 침체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 있는데요. 바로 실업률 증가예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기 침체를 강하게 부인할 수 있는 근거도 아직은 안정권에 있는 실업률에 있죠. 실업률 등 주요 지표가 엇갈리고 있어 당분간은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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