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통과를 자축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단상에 오른 조 바이든 대통령은 뜨거운 햇빛 아래 겉옷까지 벗어 던진 채 25분 동안 긴 연설을 이어나갔는데요.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 미국 CNN과 폭스 뉴스에서는 뉴욕 증시가 대폭락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었어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소비자물가지수
미국에서는 매월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이날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8.0%를 웃돈 8.3%였어요. 수치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주식 시장에서는 물가가 잡힐 수도 있겠다는 낙관론이 감돌고 있었는데, 이것이 무너져 내리며 다우존스 산업지수와 S&P500지수가 모두 급락했다고 해요. 사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6월에 최고치인 9.1%를 기록한 후 하락세에 접어들긴 했어요. 7월 지수도 8.5%로 내려왔으니 분명 상승세가 둔화하긴 했죠. 그러나 그 속도가 느린 데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자세히 살펴보면 완전한 회복세에 접어든 게 맞는지 의문이 제기될 요소가 있어 보여요. 장기적이고 기초적인 물가 추세를 가늠할 수 있는 근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6.3%, 전월 대비 5.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8월 소비자물가지수를 낮춘 주인공은 휘발유 등의 에너지 가격이었는데요. 에너지를 제외하고 주거, 식음료, 의료비 등은 전월 대비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고요.
#자이언트 스텝
물가의 회복 속도가 느리다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물가 안정을 위해 더 강력한 통화정책을 쓸 수도 있음을 의미해요. 주식 시장이 패닉에 빠졌던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결국 우려대로 9월 21일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 금리를 0.75%p 인상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로써 기준 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이 벌써 세 차례나 연속해 일어났는데요. 이날 연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안에 또 한 번 큰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보여요. 연내에 기준 금리를 1.25%p 추가 인상하겠다고 예고했는데, 한 해 여덟 차례 개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두 차례밖에 남지 않았거든요. 이날 발표 이후 미국 내에서는 금리 인상의 영향을 확인하지도 않은 섣부른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어요. 그럼에도 연준의 금리 인상 의사는 확고한데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가를 방치한 채 만성 인플레이션을 맞는 것보단 주식, 주택 시장이 어느 정도 고통을 겪더라도 금리를 올려 물가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인플레이션 수출
자국 물가 안정을 위한 미국 금리 인상의 진짜 문제는 그 영향을 주변국들이 공유한다는 데 있어요. 물가 상승이 전 세계적 현상이긴 해도 그 상승률은 나라별로 천차만별이에요. 각국은 자국 내 상황에 맞게 기준 금리 인상폭을 결정하고 있고요. 우리나라는 이미 작년 8월부터 기준 금리를 천천히 올리고 있었어요.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면 묶여 있던 자금이 쏟아져 나와 물가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국 연준은 올해 3월에서야 금리 인상을 시작했고, 물가가 잡히지 않자 인상폭을 자이언트 스텝까지 올린 것이죠. 우리나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어요. 국내 경제만을 놓고 보면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면 되지만 미 연준의 발표로 금리 인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에요. 원유, 밀가루 등 대부분의 수입품은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사들여야 하는데, 달러가 오르면 결국 비싼 값에 물건을 구입해야 해요. 이를 방치할 경우 국내 물가도 덩달아 오르게 될 테고요.
한국은행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어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려면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 금리를 0.5%p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해야 하는데, 미국 내의 우려가 국내 상황에도 적용되거든요. 금리 인상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한편 투자나 수출을 감소시켜 경제 전반을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인상폭을 잘 조절해야 해요. 미국발 금리 인상의 후폭풍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어요.
7월 정부가 금융과 보건 분야에만 허용했던 마이데이터 사업을 전 분야로 확대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어요. 정보통신, 교육, 유통, 문화·여가, 국토·교통 다섯 개 분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개방하겠다는 것인데요. 마이데이터 산업의 기반이 갖추어지면 이 다섯 개 분야에서도 금융권의 자산통합관리 서비스와 같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출현할 것으로 보여요. 마이데이터 도입 2년, 어떠한 변화를 맞고 있는지 정리해봤어요.
#데이터 3법
2020년 12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올해 1월부터 금융 영역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어요. 마이데이터란 여러 기업과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개인정보를 이용자 동의하에 다른 기업과 공유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그동안 개인의 금융 데이터는 은행, 카드, 보험사 등에 흩어져 있었죠. 그런데 토스, 뱅크샐러드와 같은 핀테크 기업에 의해 자산통합관리 서비스가 등장하며, 몇 년 전부터 금융 데이터의 활용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시장의 혁신을 촉진할 수 있으려면 데이터의 활용이 은행과 같은 일부 기업에게만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모였고, 데이터 활용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죠.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데이터 3법에 데이터의 주인인 개인이 동의하면 누구나 데이터를 사업에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게 되었어요.
#성적표
데이터 3법 개정 이후 정부는 지난해부터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는데요. 올해 9월 기준, 정부의 허가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은행, 핀테크, 통신사 등을 포함해 61개 사에 달해요. 이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0여 개월이 지났는데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요? 금융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67억 건 수준이었던 마이데이터 정보 전송 요구 건은 3월에는 40% 가까이 증가해 약 94억 건으로 늘었어요. 3월 기준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 수는 2,404만 명을 기록했고요. 이 중 절반 이상이 2030세대라고 해요. 정보 거래 건수나 가입자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서비스의 혁신성이나 시장 점유율 측면에선 아직 큰 변화가 보이진 않아요. 다수의 은행이 시장에 뛰어들며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핀테크 기업이 내놓았던 서비스와 그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아요. 1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10여 개사 중 여전히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곳은 데이터 3법 개정 이전부터 시장에 뛰어들었던 핀테크 기업들이고요.
#확장
한편 금융을 시작으로 의료와 공공 분야에서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추진되고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병원별 개인 의료 데이터를 통합 조회 및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인 ‘마이 헬스웨이’를 구축해 2023년 상용화할 계획이고요, 공공 분야에서는 여권, 납세증명서, 사업자등록증명서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공 데이터의 종류를 늘리는 중이에요. 지난 7월에는 정보통신, 교육, 유통, 문화·여가, 국토·교통 분야로도 마이데이터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어요. 올해 안에 데이터 교환을 위한 형식과 전송 방식 등을 논의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해요. 어쩌면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혁신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앞으로 열릴 새로운 시장에서 출현할지도 모르겠어요.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4,000억 원 규모였던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30년 12조 원, 2040년 87조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에요. 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새롭게 형성된 시장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지 한편으론 의문이 드는데요.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업뿐만 아니라 각국 정부가 힘을 모아 폐배터리 처리 문제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요.
#수명
전기차 배터리는 생산 후 5~20년 사이에 수명이 다하는데요. 보통 8~10년이 지나면 잔존 수명이 초기 용량 대비 80%로 떨어지고, 이땐 충전 속도 저하, 주행거리 감소, 급속 방전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교체가 불가피해져요. 글로벌 시장에 전기차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 2010년 무렵이니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는 폐배터리를 시나 도에서 회수하고 있는데, 아직은 회수량이 적지만 출시된 전기차 수를 감안하면 2025년에는 3만 개 2030년에는 10만 개 이상의 폐배터리가 나올 것으로 보여요.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30년경 전 세계에서 1,200만 톤의 폐배터리가 쏟아져 나올 것이라 예측했고요.
#유독 물질
문제는 이 폐배터리를 땅에 묻거나 소각할 수 없다는 점이에요. 전기차 배터리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 유해 물질로 취급되고 있어요. 주요 원료인 리튬, 망간, 니켈, 산화코발트 등은 매립할 경우 토양이나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고, 폭발 위험도 안고 있거든요. 우리나라 국립환경과학원도 리튬, 산화코발트 등을 1% 이상 함유한 전기차 배터리를 유독 물질로 분류하고 있고요. 한편 기업의 입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는 경제적 문제도 안고 있어요. 자원은 한정적인데 수요는 늘고 있고, 전염병과 전쟁 등으로 공급망 불안전성도 높아지고 있죠. 배터리 생산이나 조달에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에요. 이미 테슬라, GM 등을 비롯해 국내 기업들도 공장 설립 계획을 밝히는 등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예요.
#분해 기술
사실 폐배터리 재활용에는 대단히 복잡한 기술이 요구되고 이 때문에 배터리를 새롭게 생산하는 것보다 재활용하는 데에 더 큰 비용이 든다고 해요. 그러나 앞서 말했듯 환경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폐배터리 재활용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각국 정부는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있어요. 배터리 생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중국이 가장 빠르게 제도를 정비 중인데요. 이미 전기차 생산 기업에 배터리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해요. 기업과 학계에서는 폐배터리 분해 방식을 연구하고 있어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려면 부품 분해 후 기계적 분쇄 과정을 거쳐 재사용할 수 있는 원료를 가루 형태로 회수해야 하는데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 배터리에 비해 이 분해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해요.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영국과 독일인데요. 배터리 분해에 초음파를 활용하는 방식을 연구 중이에요.
한편 유럽연합은 지난 8월 배터리 규제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혔어요. 배터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생산부터 이용, 폐기, 재활용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이른바 ‘배터리 여권’ 제도를 2026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해요. 여러 국가가 폐배터리 처리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정비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시스템 마련이 시급해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