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전년 대비 7.7% 급감해 3만2661달러를 기록했어요. 이는 20년간 우리나라를 따라잡지 못했던 대만(3만3565 달러)에도 추월당한 수치라고 하는데요. 2021년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돌파하며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던 우리나라,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개념
먼저 1인당 국민소득의 개념을 짚어볼게요. 1인당 국민소득이란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연간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개념이에요. 우리가 누군가의 경제적 수준을 파악할 때 소득을 묻는 것처럼 1인당 국민소득을 통해 한 국가의 가계 수준을 알 수 있어요. 다만 1인당 국민소득에는 정부와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도 포함되어 있어 우리가 체감하는 가계 평균 소득과는 차이가 있어요. 1인당 국민소득은 각 국가의 중앙은행과 정부가 자체 집계하고, UN이나 세계은행이 이를 취합해 세계 순위를 발표해요.
#환율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661달러로 2021년 3만5373달러보다 7.7%나 떨어졌어요. 2021년 1인당 국민소득이 전년 대비 10.3%나 증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죠. 가장 큰 원인으로는 환율이 꼽히는데요. 1인당 국민소득은 각국 통화 기준으로 집계되지만 국가 간 비교를 위해 달러로 환산해 발표하고 있어요. 이 때문에 환율 하락은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요인으로, 환율 상승은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해요.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원화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전년보다 4.3% 증가했으나, 이례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해 달러 기준으로는 오히려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고 해요.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 등 분명 1인당 국민소득 증가 요인이 있었지만 원화 약세가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거죠.
#4만 달러 시대
우리나라는 원-달러 환율 상승률이 12.9%에 달했지만, 대만은 대만 달러-달러 환율 상승률이 6.8%에 그치며 환율 상승에 영향을 덜 받았어요. 물론 1인당 국민소득 하락을 환율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어요. 2019년 이후부터 대만의 경제 성장률은 우리나라를 이미 앞질렀어요. 올해 역시 대만의 성장률은 2.12%로 전망된 반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1.6%에 그쳤고요. 이 때문에 1인당 국민소득 하락을 달러 강세로 인한 일시적 현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와요. 달러 변동에 원화 가치가 크게 요동치는 현상 자체가 국내 경제 기반이 약해진 결과라는 거죠. 그럼에도 한국은행은 ‘2027년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대해선 낙관했는데요. 세계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인 국가(인구 천만 명 이상 국가)는 미국, 스웨덴, 독일, 캐나다, 일본 등 8개국뿐이에요. 4년 뒤 이 명단에 우리나라의 이름을 추가할 수 있을까요?
2022년 8월 미국이 반도체법(Chip & Science Act)을 발효했었죠. 자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위해 관련 기업들에게 보조금 지급과 투자 세액 공제(25%) 등 약 2800억 달러(약 360조 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는데요. 2월 28일, 미국 상무부가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투자 보조금과 관련한 투자 의향서 접수를 시작하면서 까다로운 평가 기준을 발표해 논란이 됐어요. 이 중 특히 국내 기업들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초과이익 환수’와 ‘가드레일’ 조항을 정리해봤어요.
#업사이드 쉐어링
국내에는 초과이익 환수로 번역된 ‘업사이드 쉐어링(Upside Sharing)’은 초과이익보다는 보조금 환수로 이해해야 정확할 것 같아요. 미 상무부는 보조금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를 받는 기업은 미 정부에 예상 수익을 공유해야 하고, 실제 수익이 이를 초과할 경우 지급된 보조금의 최대 75%를 환수하겠다고 밝혔어요. 이익이 나는 만큼 미국과 공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받은 보조금을 다시 뱉어내야 하는 개념인 거죠. 미국의 취지는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곳에 보조금을 쓰겠다는 거예요. 여유가 있는 기업보다는 여유가 없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야 생태계 안으로 더 많은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겠죠? 그러니 꼭 필요한 기업들만 보조금을 신청하고, 나중에 보조금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업 수익을 통해 밝혀지면 보조금을 회수하겠다는 거죠.
#가드레일
진짜 문제는 투자 제한 조항인 ‘가드레일’인데요.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미국 안보에 우려를 끼치는 ‘우려 대상국’에 10년간 반도체 관련 투자를 할 수 없고, 공동 연구나 기술 라이선싱 계약도 금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3월 21일 미 상무부가 이 조항의 세부 규정 초안을 발표했는데요. 중국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에 당장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많아요.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증설하거나 10만 달러(약 1억3000만 원) 이상의 거래를 할 수 없어요. 만약 기업이 설비 확장 제한 의무를 위반할 경우 미국은 보조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는데요, 다만 일정 사양 이하*인 구형 반도체는 10년간 10% 미만까지 중국 내 생산 능력을 증설할 수 있고, 반도체 생산량의 85% 이상이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는 기업은 10% 이상의 설비 투자가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뒀어요.
#불행 중 다행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과 관련한 질적 제한을 예상했는데, 생산 증설 비율이라는 양적 제한에 그쳐 다행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국내 기업 중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낸드 플래시, 디램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데, 보조금을 받는다면 5%의 범위에서 생산 능력을 확대할 수 있어요. 이는 첨단 반도체에 해당하는 기준으로 그보다 낮은 수준의 반도체는 10% 미만까지 증설 가능하고요. 정부 역시 이번 세부 규정을 검토한 결과 “우리 기업이 운영 중인 중국 내 생산설비의 유지 및 부분 확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도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어요. 현재 삼성전자가 170억 달러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고, SK하이닉스는 150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라 미 정부의 보조금 신청을 저울질하고 있을 거예요. 미 상무부가 가드레일 세부 규정 초안에 대해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최종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라 정부와 미국의 협의가 중요해 보여요.
전 세계가 ‘2050 탄소 제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요즘, 에너지 전환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까요? 이를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가 하나 발표됐는데요. 바로 연간 석탄 소비량입니다. 석탄 발전은 의심할 여지 없는 이산화탄소의 주요 발생원인데요. 작년 한 해 전 세계는 석탄을 얼마큼 사용했을까요?
#80억 톤
국제에너지기구(이하 IEA)가 2022년 12월 발표한 ‘석탄 2022 보고서(Coal 2022 Report)’에 따르면 당해 전 세계 석탄 소비가 전년 대비 1.2% 늘어, 사상 최대치인 80억 톤을 돌파했어요. 석탄 소비량은 2013년 약 79억 톤을 기록하며 한 차례 정점을 찍은 바 있는데요, 이번에 그보다 높은 소비량을 기록하게 된 것이죠. IEA는 2025년까지는 석탄 소비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예측했어요. 치솟는 석탄 소비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에요. 특히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 전쟁의 영향으로 해당 에너지원의 수입이 막히자 2년 연속 석탄 소비가 늘었어요. 전 세계 석탄 소비의 53%를 차지하는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석탄 수요가 둔화하였음에도 폭염과 가뭄 등의 이상 기후로 석탄 발전이 증가했다고 해요.
#368억 톤
IEA는 지난 3월 2일 ‘2022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늘어난 석탄 소비량과 함께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368억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다행인 것은 전년 대비 증가폭이 크지 않다는 점이에요. 202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년 대비 6% 증가했었는데 2022년엔 전년 대비 0.9%만 증가했다고 해요. 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우려했던 만큼 탄소 배출량이 증가하지 않은 이유로 “재생 에너지와 전기차, 히트펌프 등 에너지 효율 기술의 성장”을 꼽았어요. 또한 이러한 기술 발전이 없었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거의 3배 가까이 증가했을 것”이라 덧붙이기도 했고요.
#4조 달러
2025년까지 석탄 소비량 정점 상태가 유지된다니... 탄소 제로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실현될 수 있는 걸까요? ‘석탄 2022 보고서’ 발표에 앞서 IEA는 ‘세계 에너지 전망 2022(World Energy Outlook 2022)’라는 보고서를 통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는데요.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에너지 위기가 오히려 기후변화 대응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 연료나 천연가스 가격 상승으로 각국이 에너지 효율을 위한 투자 금액을 전년 대비 16% 늘렸다고 해요. IEA는 이러한 추세라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2030년에는 2조 달러(2835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25년 370억 톤을 기록한 뒤엔 서서히 감소해 2030년엔 320억 톤까지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고요. 다만 안심은 일러요. 2050 탄소 제로에 도달하려면 친환경 에너지 투자 규모가 전망치의 2배인 4조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