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오픈AI의 GPT-3.5 버전이 공개된 후, 챗GPT가 전 세계인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학습하여 글이나 이미지, 영상 등을 생성하는 기술에 인간의 판단까지 학습시켜 실제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사람보다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답을 찾아내는 챗GPT가 AI 시대를 앞당길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본격화된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를 기억하시나요? 아이언맨과 자연스럽게 대화도 하고, 질문을 하면 데이터에 기반한 답변도 바로 해주고, 어떤 명령이든 온갖 프로그램을 활용해 완벽히 수행해 내죠. 챗GPT의 등장으로 이러한 일이 현실로 한걸음 더 다가왔어요. 챗GPT에 질문을 입력하면 바로 답변을 얻을 수 있고, 챗GPT에 연동된 프로그램이나 소프트웨어의 경우 명령만으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광고나 포스팅을 볼 필요도 없고, 어렵게 프로그램 사용법을 배우지 않아도 되고요!
이렇게 빠르고 편리한 AI가 보편화된 세상에선 AI를 잘 활용하는 역량이 필요해지는데요. 그 첫 번째 역량은 바로 기획력입니다. 챗GPT를 통해 무언가를 해보려 한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기획이 있어야 합니다. 기획은 어떤 일을 수행함에 있어 방향성을 잡고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기획이 정해지면 계획을 하고 실행해 나가면 되는데, 계획과 실행은 챗GPT가 아주 빠르고 꼼꼼하게 해 줄 수 있어요. 만약 실행력이 부족하지만 기획력은 탁월한 사람이 있다면, 챗GPT가 날개를 달아주겠지요?
기획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할 때든 ‘왜?’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던지며 일의 핵심, 즉 일의 목적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의 목적을 향해 능동적으로 달리며 챗GPT를 도구로 활용해 보세요. 수동적으로 시키는 것만 하는 인력은 쉽게 AI로 대체되고 말 테니까요.
챗GPT에게 “한국 음식을 미국에 알리는 사업을 하려고 해. 한국 길거리 음식을 팔면서 한국 문화 상품도 팔려고 하는데, 투자자를 모으기 위한 제안서 목차 좀 짜 줄래?”라고 하면 금세 일목요연한 목차를 만들어 주고, “우리 이온(자녀 이름)이가 주인공인 동화를 써 줄래? 일곱 살 여자 아이고 학교 생활을 궁금해해.”라고 하면 뚝딱 동화를 한 편 써 줄 거예요. 하지만 아주 평범해요. 특별함은 없죠. 앞으로 이렇게 챗GPT가 생산한 평범한 콘텐츠는 차고 넘칠 거예요. 그래서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진 콘텐츠들은 가치가 높아지겠지요.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구성력이에요. 웹툰 원작의 드라마 <미생>에서 중요한 PT를 준비하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주인공인 ‘장그래’가 발표 하루 전날 PT의 구성을 바꾸자고 해요. 그룹 내에서 실패한 사업들을 들여다보는 내용을 도입부에 배치하자는 의견이었죠. 획기적인 구성을 통해 발표 시 주목도를 확 높일 수 있었고,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그런데 챗GPT는 이런 구성은 할 수가 없어요. 구성력을 지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제안서든, 기사든, 우선 챗GTP를 통해 빠르게 초고를 생성하세요. 그리고 이것을 재서술하고 재구성하여 임팩트를 부여해 나가는 것에 집중하세요. 훨씬 더 가치 있는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을 거예요.
창발성(emergence)이란 말이 있습니다. 심리학자 루웬스가 처음 만든 개념으로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존재들의 협력’이란 뜻이에요.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 이해할 수 있는데요. 휴대전화와 PDA, 터치스크린 등 기존에 있던 것들을 합쳐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 것이 한 예죠. 이러한 창발성은 챗GPT가 발휘하기는 힘든 능력이에요. 여러 팩트들을 접목시켜서 의미를 부여하는 힘, 즉 연결력은 인간이 가진 강점이죠. 수많은 팩트를 빠르게 찾아주는 역할은 챗GPT에게 맡기고, 이제 우리는 그 구슬들을 꿰어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야 해요.
그런데 창발성을 발휘하기 위한 연결력을 키우기가 쉽지는 않아요. 기껏 생각해 내도 이미 존재하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도 포기할 순 없죠. 연결력 훈련법 두 가지를 소개할게요. 하나는 일상 표현에서 은유나 직유를 많이 써 보는 거예요. 그냥 ‘둥근 달’이 아니라 ‘쟁반 같이 둥근 달’이라고 하거나, 더 나아가 ‘전등 같이 둥근 달’이라고 할 수도 있죠. 그러다 문득 ‘달 모양 전등을 만들면 예쁘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하던 훈련법인데요.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적은 단어 카드 300장을 만들어 무작위로 3개씩 뽑아 연결해 보는 거예요. 손정의 회장은 어느 날 ‘사전’, ‘음성 발신기’, ‘액정 화면’이란 단어를 뽑아 ‘전자사전’을 떠올렸고, 이 특허를 사프전자에 팔아 소프트뱅크 제국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해요. 연결력 훈련, 해볼 만하지요?
챗GPT의 강점은 스스로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빠르게 답변을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좋은 답변을 얻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바로 좋은 질문입니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한다’는 뜻의 우문현답(愚問賢答)이란 말도 있지만, 그건 우리 사람끼리나 통하는 것이고요. 챗GPT에겐 질문을 잘해야 답변도 잘 나옵니다. 그냥 “지구는 공전하니?”라고 말하면 그렇다는 간단한 답변이 나오지만, “지구의 공전 속도는 어느 정도이고, 지구가 공전한다는 증거는 무엇인지 3가지 정도 알려주고, 각 증거에 대해 3~4줄 정도로 설명해줘.”라고 하면 연주시차, 공행차, 도플러효과 같은 증거를 들며 자세한 답을 해줄 거예요.
좋은 질문은 스스로 알고자 하는 핵심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 구체적으로 질문을 해야 구체적인 답을 얻을 수 있죠. 그리고 때론 질문을 돌려서 할 줄도 알아야 해요. 예를 들어 “어느 기업에 투자해야 할까?”라고 묻기보다 “최근 10년간 가장 수익률이 좋은 주식들은 뭐고, 공통점은 무엇일까?”라고 묻는 거죠. 이러한 질문력을 기르기 위해선 핵심을 파악하는 연습을 하는 게 좋아요. 책이나 영화를 보고 4~5줄 정도로 요약해 보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 꽤 도움이 될 거예요.
챗GPT가 만들어 내는 수많은 결과물들. 그것들을 소비하는 이들은 결국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그 결과물에 관점, 주장, 가치와 같은 요소를 심어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이끌어야 하죠. 즉,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결과물이 논리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나아가 감성을 건드려 감동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논리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주장과 논거를 분리해서 논거가 주장을 정확히 뒷받침하고 있는지, 생략된 전제가 있다면 그것이 적절한 것인지를 따져 봐야 하는데요. 이런 논리적 사고에 약하다면 관련 도서를 통해 훈련해 보길 추천해요. 마지막으로, 감동을 전하기 위해선 인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요. 심리, 역사, 철학, 문학 등 인문학을 공부하며 인간의 욕구와 생각, 감정, 행동 등에 대해 깊고 다양하게 고찰해 보는 거죠.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공감력을 키운다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될 거예요. AI보다 훨씬 강력하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