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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테크 이슈

#원유감산
원유 감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4월 초,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산유국 연합체인 석유수출기구(이하 OPEC)에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이 합류한 OPEC+가 원유 감산을 기습 발표했어요. 갑작스러운 감산의 이유는 무엇이고, 감산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요?

#3.7%↓

4월 2일, OPEC+는 5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116만 배럴씩 감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OPEC+가 하루 200만 배럴을 감산했고, 올해 3월부터 러시아가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한 것을 더하면 총 366만 배럴의 원유를 덜 생산하는 것인데요.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의 3.7%에 이르는 양입니다. 이는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OPEC+ 원유 증·감산 조정 추이
(일일 생산 기준, 단위: 만 배럴)
※OPEC+ 월례 장관급 회의 시 합의된 것으로 실제 생산량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자료: 로이터, OPEC

#감산의 이유

OPEC+는 왜 원유를 감산하는 것일까요? 우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OPEC+ 산유국들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데요. 유가 수준을 높여 이를 만회하려는 거죠.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며 러시아는 전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유가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 석유에만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추진 중인 네옴 시티, 두바이 프로젝트 등에 들어갈 자금을 마련하기 위함이기도 하고요.


#영향

원유를 감산한다는 것은 시장에 원유가 부족해진다는 것이고, 결국 원유 가격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원유는 모든 산업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물가가 상승하게 됩니다.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거죠. 화폐 가치는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은 화폐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리를 인상시킵니다. 그러면 서민 경제까지 매우 어려워지고 말죠. 4월 14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반기엔 원유 부족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소비가 위축되며 세계 경제 회복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란 경고를 했습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게도 원유 감산은 위협적입니다.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을 펼치는 등 선제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IRA 세부 지침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패권은?

지난해 8월 총 7730억 달러(약 1022조 원)의 정부 예산을 기후 변화 대응, 기업 과세 개편, 보건복지 분야 개편 등에 투입한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이 발효된 데 이어, 3월 31일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이 발표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볼게요.

#부품과 핵심광물

미국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중고차와 신차에 대해 각각 최대 4000달러(약 535만 원)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액공제를 해주기로 했는데요. 4월 18일부터 적용된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에 따르면 북미에서 최종 생산된 전기차의 경우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쓰면 3750달러를, 배터리 핵심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채굴 및 가공한 것으로 40% 이상 쓰면 3750달러를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총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거죠.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
자료: 미국 재무부

#중국

소비자는 당연히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차종을 선택하려고 하겠지요?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지침에 따라 16개의 전기차 차종과 6개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이 추려졌는데요. 모두 테슬라와 지엠 등 미국 업체의 차종입니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물론 기존에 보조금 지급 대상이었던 일본의 닛산과 독일의 폴크스바겐 차종도 제외되었어요.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전기차 제조사들은 IRA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배터리 제조사와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라이벌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나지요? 배터리 핵심광물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중국의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이기도 하거든요. 미국은 IRA 혜택과 중국의 안정적 공급망 및 거대한 시장 중 무엇을 공략할지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입니다.


#K-배터리

현재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완성차 배터리 시장에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우리나라 기업들의 점유율과 영향력이 가장 높은 상태예요. 배터리 양극재 제조사들의 기술력도 인정받고 있고요. 최대의 경쟁자인 중국이 미국 시장에서 배제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죠. 하지만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고 소재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을지, 이미 미국 업체들과 100% 합작법인과 공장을 세우며 IRA를 피해 갈 방안을 찾고 있는 중국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중국 배제 효과가 있을지, IRA가 외국에 너무 많은 혜택을 준다는 미국 내 반발에 따른 변화가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낙관할 수는 없습니다. 심화되는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의 패권 경쟁에서, 우리 기업과 정부의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되는 이유

실리콘밸리, 시그니처, 퍼스트리퍼블릭, 크레디트스위스. 이 은행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최근에 파산했거나 자진 청산했다는 점입니다. 올해 상반기 벌어진 미국과 유럽 은행의 파산 행렬은 언뜻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떠올리기도 하는데요. 이번 사태를 분석한 한 보고서는 은행 파산이 금융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며,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기본적인 투자 원칙을 언급했습니다. 무슨 의미일까요?

#전광석화

3월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실리콘밸리은행(이하 SVB)이 파산했습니다. 1983년 설립된 SVB는 40년간 미국 스타트업의 산파 역할을 해왔는데요. 에어비앤비, 우버, 트위터 등이 모두 SVB의 고객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이란 특정 고객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던 SVB는 실리콘밸리 최대 상업은행으로 성장하며 특화은행 성공 사례로 꼽혔는데요. 그래서 미 금융업계의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었죠. 무엇보다 이번 SVB의 파산 속도는 기존 사례와 비교하여도 너무 빨랐습니다. 3월 9일 SVB의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반나절 만에 420억 달러의 예금이 빠져나갔어요. 3월 10일 주가가 66% 폭락하며 주식 거래는 중지됐고, 그날 밤 캘리포니아주가 은행업 허가를 취소했죠. 그렇게 SVB는 ‘뱅크런’이 일어난 지 하루 만에 파산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독 빨랐던 파산 속도를 두고 모바일 뱅킹이라는 변화한 금융 환경을 언급합니다. 물론 그것이 파산 자체의 원인은 아닐 겁니다.


#분산 투자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미국 SVB 파산에 따른 신용불안 확대와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파산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보유자산과 예수부채 간의 만기 불일치’를 언급했습니다. 예수부채란 은행이 고객에게 빌린 돈, 즉 고객이 은행에 맡긴 예금을 말합니다. SVB는 예금수신 규모가 2020년 3월 620억 달러에서 2022년 말 1754억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바이오 등의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하며 자금이 은행으로 유입됐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이렇게 마련된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는 점이죠. 당시만 해도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미국 국채에, 그것도 이자 수익이 낮은 단기채보단 이자 수익이 높은 장기채에 투자하는 전략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년 만에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기록적인 금리 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떨어집니다. 만기가 짧은 예수부채를 장기 국채에 투자했다는 것은 애초에 낮은 유동성이란 위험 요소를 감수했다는 것인데, 거기서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되어 버린 것이죠. 한마디로 금리 급등 상황에서 위험 관리에 실패한 것입니다.

SVB 파산 과정
자료: 국제금융센터, 한국금융연구원

#건전성

2023년 상반기에 발생한 은행 파산 행렬이 글로벌 금융 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위 보고서에서는 ‘미국 은행의 파산이 보유자산의 부실화로 인한 신용 위험의 누적이 아니라 금리 상승이 야기한 자산 평가 손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수익 추구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자산 건전성 강화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의미죠. 그 어느 때보다 기본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재점검해야 할 때인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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