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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을 찾아라!

집중력을 공격받는 사회

집중은 때론 위대한 발견을, 때론 가슴 벅찬 행복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는 소중한 행위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집중하는 능력을 잃고 있습니다. 미국의 10대들은 65초, 직장인들은 3분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로 우리의 집중력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해요. 이는 비단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무분별한 사용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개인의 의지만으로 사용량을 줄이면 해결이 될까요? 사실 현대 사회는 인간의 집중력을 위협하는 거대한 시스템과 같습니다. 이젠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아 가는 것의 실체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집중력을 지켜내야 할 때입니다.

테크 기업의 사업모델은 집중력을 파괴하는 것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소셜미디어의 위험성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 출연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구글의 전 엔지니어입니다. 그는 왜 세계 최고의 기업 구글에서 뛰쳐나와 이러한 위험성을 알리고 있을까요? 그는 2002년 대학생 시절 ‘설득적 기술 연구소’라는 비밀스러운 곳에서 열리는 강의의 소문을 듣고 찾아갔습니다. 강의의 목적은 과학자들이 사람들의 행동을 그들이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설계하는 것! 20세기 동안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내용들을 코드에 통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행동에 적절한 ‘강화’를 제공해 비둘기와 쥐, 돼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시킬 수 있음을 발견한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의 철학과 같은 심리학 이론을 익히고,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용자를 유인하고 잡아 두기 위한 연구와 개발을 시작한 것이죠.

트리스탄은 이러한 기술이 윤리적으로 사용될지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선한 일을 할 수 있는 기술의 힘을 믿고 앱을 설계했고, 마침내 구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2011년의 구글을 ‘매일 10억 명의 사람들이 세상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그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을지를 100명의 사람들이 제어실에 앉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곳’이라 회상합니다.(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구글의 사업모델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해서, 더 많은 광고 수익을 얻는 것. 이를 위해 이메일이 올 때마다 알림을 보내고, 무한 스크롤을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기능을 계속해서 설계했고,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집중력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어요.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확인하는 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몇 초면 충분하다고요? 사진을 확인하고 원래 하던 일로 돌아가 집중하는 데는 평균 20분이 소요된다고 해요! 지금 이 시간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을 빼앗기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을 지키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죠.

저는 우리가 세상을 더 산만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우려됩니다. 산만함은 제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시간은 우리 삶의 전부니까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수많은 시간이 불가사의하게 사라집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트레드밀 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 트리스탄이 퇴사하며 동료들에게 남긴 메시지 중 -

테크 기업이 집중력을 파괴하는 6가지 전략

우리의 집중력을 파괴하여 보다 많은 시간을 웹사이트를 떠돌고, 소셜미디어를 구경하는 데 소비하게 하기 위한 수많은 테크 기업의 전략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 6가지를 소개합니다.

잦은 보상 갈망하게 하기

인스타그램의 ‘하트’와 ‘좋아요’는 잦은 보상의 일종입니다. 한번 이러한 강화에 길들여지면 현실과 물리적 세계에 머물기가 무척 어렵게 되죠. 그만큼 잦은 보상을 즉각적으로 주진 않으니까요.

자주 전환시키기

웹사이트들은 실생활에서보다 더 자주 전환을 하게 만듭니다. 계속해서 주의를 끌어 웹사이트에 머물게 학기 위함인데, 이러한 잦은 전환은 우리의 집중력을 심각하게 저하시켜요.

사용자 특성 파악하고 겨냥하기

우리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학습하여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려 할 때마다 조금씩 내놓습니다. 실제로 집중해야 하는 일이 아닌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보내게 하는 거죠.

알고리즘을 통해 화나게 하기

인간은 긍정적이고 잔잔한 것보다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것을 훨씬 오래 바라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해 ‘증오, 파괴, 공격’ 등의 부정적 단어를 활용해 우리를 자주 화나게 만들어요. 분노가 집중력을 망가뜨린다는 사실은 모두가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을 거예요.

타인의 분노에 에워싸인 것처럼 느끼게 하기

사용자를 붙들기 위해 점차 자극적인 내용을 노출하기 때문에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분노와 적대감 가득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느끼게 해요. 그리고 우리는 위험을 찾는 데 집중력을 허비하게 되죠.

집단의 집중력까지 파괴하기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을 더 빠르고 멀리 퍼뜨리는 알고리즘의 특성으로 인해 소셜미디어에서는 진실보다 거짓 주장이 훨씬 더 빠르게 퍼져 나가요. 우리는 늘 사실이 아닌 헛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떠밀리고 있는 것이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땐 집단의 집중력이 절실하기에, 집단의 집중력 파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집중력을 퇴화시키고, 복잡성과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능력을 퇴화시키고, 공유된 진실을 퇴화시키고, 우리의 신념을 음모론적 사고로 퇴화시키면, 그래서 의제를 구축하고 공유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현재 전 세계의 가장 긴급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 트리스탄이 상원에서 언급한 내용 중 -

인류의 집중력을 지키기 위하여

테크 기업으로부터 우리의 집중력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은 이제 시작 단계입니다. 누군가는 스스로 소셜미디어의 알림 기능을 끄고 집중하는 훈련을 하면 된다고 조언하고, 또 누군가는 테크 기업을 향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죠. 후자는 테크 기업이 우리의 행동 데이터를 직접 수집해 이익을 창출하는 ‘감시 자본주의’를 금지시키면 ‘구독’ 등의 형태로 이들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고, 비로소 광고주가 아닌 사용자를 행복하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란 주장이에요. 사용자에게 해당 웹사이트를 1주일에 몇 시간 이용하고 싶은지, 꿈꾸는 인생을 위해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등을 주기적으로 묻고 그 계획을 도와주는 방식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시간과 집중력을 지켜내야 해요. 너무나 많은 정보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때론 스마트폰을 자신과 분리하고), 한꺼번에 많은 일을 동시에 하거나 너무 자주 행동의 전환을 반복하지 말고, 명상이나 독서 등의 느린 활동을 하며 집중력을 개선해 봅시다. 때론 잠시 딴 생각에 빠지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집중입니다. 나아가 유의미한 목표를 설정하고, 능력의 한계치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며 ‘몰입’의 상태까지 이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집중을 넘어 몰입을 향할, 삶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길!

참고 도서: 도둑맞은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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