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계절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름다운 숲 속 고즈넉한 사찰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매년 엄격한 심사를 통해 템플스테이 공식 운영 사찰을 선정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140여 곳의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운영 중이라고 해요. 그중 5곳을 소개합니다.
강원도 양양에 위치한 낙산사는 1300여 년 전 관음보살의 진신(眞身)을 친견(親見)하러 온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입니다. 강화 보문사, 남해 보리암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관음성지죠. 무엇보다 낙산사가 특별한 이유는 동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라 아름다운 일출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16미터 높이의 해수관음상, 해안 절벽 위에 지은 정자인 의상대, 보물 제499호로 지정된 칠층석탑 등 역사적 문화재도 가득하죠. 이곳에선 체험형과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데, 체험형은 2박 3일간 명상과 108배, 해맞이, 차담, 예불, 사찰 탐방 등을 하며, 휴식형은 1박 2일간 자율적으로 체험과 휴식을 즐깁니다.
단군왕검의 세 왕자가 쌓았다는 정족산 삼랑성 내에 위치한 전등사는 서기 381년에 창건되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불교가 처음 전래된 것이 서기 371년이므로 한국 불교 전래 초기에 세워진 현존 최고(最古)의 사찰이죠. 조선 중기 건축양식을 보여주어 보물로 지정된 약사전을 비롯한 10동의 건물과 11세기에 만들어진 범종, 유형문화재 순수천총양헌수승전비 등의 문화재들이 숲과 어우러져 있어 계절마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전합니다. 전등사에선 체험형, 휴식형 외에 당일형 템플스테이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체험형은 타종, 108배, 좌선, 예불, 스님과의 대화 등을 하고, 휴식형은 타종과 예불 등을 합니다. 당일형은 2시간 동안 히타 요가를 수행하는 것으로 휴식형 참여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이란 뜻으로 갑사라고 불리는 사찰로, 조선 세종 6년(1423)에 일어난 사원 통폐합에서 제외될 만큼 일찍이 이름이 났던 곳입니다. 세조 때는 왕실의 비호를 받으며 <월인석보>를 판각하기도 했죠. 계룡산의 정기를 받으며 다양한 템플스테이를 즐길 수 있는데요. 휴식형의 경우 완전 자율형과 문무관 두 가지가 있어요. 완전 자율형은 기본적인 예절만 지키며 자연 속에서 자유로운 휴식을 취하는 것이고, 문무관은 2박 3일 이상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오롯이 수행에 전념하는 과정으로 우리나라에선 갑사에서만 운영하고 있어요. 108여의보주 만들기, 예불 등을 하는 체험형도 있습니다.
무등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증심사는 통일신라 때 고승 철감선사가 세운 절로, 전라도 광주 지역의 대표적인 사찰입니다. 증심사의 템플스테이는 요가를 주요 테마로 하여 더욱 특별합니다. 1박 2일 일정의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요가 이론부터 북인도 전통 요가, 소화를 돕는 요가 호흡, 요가 명상 등 다양한 요가 실습을 체험할 수 있죠. 자연 속에서 정통 요가와 명상 수련을 하며 에너지를 얻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스님과의 차담을 포함한 휴식형도 마련되어 있어요.
골굴사는 약 1500년 전 인도에서 온 광유성인 일행이 함월산 석회암 절벽을 깎아 만든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입니다. 절벽 맨 위에 마애여래좌상이 조각되어 있고, 다양한 크기의 법당굴이 있어 이색적인 풍광을 연출하죠. 이곳은 특히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선무도의 총본산이라 템플스테이 역시 선무도를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체험형 프로그램은 선무도 공연 관람, 선무도 수련 등을 할 수 있고, 국궁과 승마도 따로 신청하여 즐길 수 있어요. 푸른 바다를 바라보는 절벽에 자리한 고찰에서 몸과 마음의 조화를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선무도를 배우는 것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 되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