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찬 이슬을 머금고 다채로운 단풍색을 피워내는 나뭇잎들이 우리에게 손짓하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여행을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인데요. 올가을엔 유아, 노인, 장애인 등 모두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무장애 여행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 보는 건 어떨까요? 전국 무장애 여행지 5곳을 소개합니다.
1950년대 후반 유명한 도공들이 이천에 자리잡고 전통 도자기를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도자기로 유명해진 이천.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는 예술가들의 활발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18년 개촌된 곳으로, 도자기를 중심으로 회화, 목공예, 가죽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공방 2백여 곳이 입주해 작품을 만들고 체험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다채로운 볼거리와 체험을 즐기다 보면 힐링이 저절로! 그리고 예스파크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별빛정원 우주에 갈 수 있어요. 이곳은 ‘우주를 여행하며 빛의 씨앗을 모은 달토끼가 지구에 만든 정원’을 콘셉트로 삼아, 아름다운 조명과 미디어아트를 보여준답니다. 두 곳 모두 휠체어 이동이 용이한 편이지만 일부 가파른 구간이 있어 동행의 도움이 필요해요. 별빛정원 우주에선 휠체어, 보행보조기구, 유아차를 대여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킹카누는 국내 최초의 12인승 캐나디안 카누로, 춘천 의암호의 절경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체험이에요. 카누 타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요? 킹카누나루터엔 ‘무장애 물길여행’이란 상품이 있어 누구나 안전하고 재미있게 카누를 즐길 수 있어요. 휠체어를 탈 경우 특수 제작된 카누를 이용해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도 있고요. 가이드 역할을 해주는 킹스맨이 함께 탑승해 안전을 책임지며 의암호에 대한 여러 이야기도 들려준답니다. 그리고 킹카누나루터에서 차로 30분 정도면 남이섬에 갈 수 있어요. 유아차나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배를 타고 남이섬으로 들어가면 ‘동화 나라, 노래의 섬’을 콘셉트로 다채롭게 꾸며진 곳에서 아름다운 가을을 만나게 됩니다. 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면 어느새 시원한 바람이 가슴속 깊이! 패밀리 자전거도 마련되어 있어 함께 타기에 좋습니다. 두 곳 모두 휠체어 대여가 가능하고, 남이섬엔 유아차도 있어요.
국립세종수목원은 수목유전자원의 보존과 자원화를 위해 지난 2020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입니다. 지중해 식물과 열대 식물 등 우리나라와 기후대가 다른 곳의 식물을 볼 수 있는 사계절전시온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원의 모습을 구현해 둔 한국전통정원,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 식물과 희귀 식물이 있는 희귀특산식물전시온실 등 다양한 시설에서 3,700여 종의 식물을 살펴볼 수 있어요.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도 잘 조성되어 있어 온 가족이 만족할 수 있는 곳이죠. 특히 10월 29일까지는 사계절전시온실에서 ‘피터 래빗의 비밀 정원’ 특별전도 볼 수 있어요. 이어 32만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호수 주변에 조성된 세종호수공원을 거닐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수목원으로서는 드물게 평지에 자리잡아 무장애 탐방이 가능하고, 호수공원 역시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산책로가 마련되어 있어 휠체어 이동에 어려움이 없으며, 두 곳 모두에서 휠체어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북위 34도 17분 21초에 위치한 해남엔 천혜의 비경을 자랑하는 두륜산도립공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두륜미로파크와 두륜산케이블카가 있는데요. 2016년 개관한 두륜미로파크는 무려 4,039제곱미터의 면적에 세계 미로의 유래와 역사를 담아낸 테마파크입니다. 2층으로 구성된 실내동엔 미로역사관, 미로체험관, 미로숲 등이 있고, 야외엔 최장 417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미로가 조성되어 있는데요. 어른도 아이도 색다른 경험에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답니다. 두륜산케이블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흥사와 우항리 공룡화석지, 우수영 명량대첩지 등 해남의 주요 관광지를 잇는 코스로, 편도 8분간 운행됩니다. 두 곳 모두 휴게 공간이 있고, 유아차 이동이 용이해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이 여행하기에 특히 좋아요. 단, 유아차나 휠체어 모두 케이블카 탑승은 가능하지만 탑승장까지 가는 엘리베이터가 없고 케이블카 하차 후 전망대까지 계단으로만 연결되어 있는 점이 조금 아쉬워요.
진주는 2012년 전국 최초로 ‘무장애 도시’를 선언한 곳일 만큼 잘 정비된 무장애 여행지입니다. 그중 아름다운 남강을 끼고 세워져 있는 진주성과 국립진주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해요. 진주성은 백제 시대 건설된 이후 고려, 조선에 이르기까지 왜구를 방비하는 중요한 기지로 활용된 곳으로, 군사를 지휘하는 사람이 명령을 하던 누각인 촉석루, 임진왜란 시 왜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영정과 위패가 있는 의기사 등 여러 문화재를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진주와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보면 아주 알찬 여행이 되겠지요? 10월 8일부터 22일까지 아름다운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진주남강유등축제’도 열리니 이때 방문하면 더욱 좋아요. 전체적으로 휠체어로 이동 가능한 보행로가 조성되어 있고, 박물관 앞에는 전동 휠체어 충전소가 있으며, 매표소에 대여용 휠체어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