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로 활동 중인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국내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희귀한 나라”라고 말했는데요. 왜일까요? 바로 재생 에너지 가격 때문이에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 되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만 여전히 석탄 에너지가 가장 저렴하다고 해요.
#4%
앨 고어 전 부통령이 지난 8월 내한했어요. 2006년 설립한 글로벌 환경 단체인 클라이밋 리얼리티 프로젝트의 리더십 교육을 위해선데요. 그는 교육에 앞서 국내 언론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국이 에너지 전환에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어요. “한국의 태양광, 풍력 발전 비중은 5.4%로, 전 세계 평균인 1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며, 특히 “세계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석탄과 가스 발전보다 비싼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언급했는데요. 에너지 업계 시장 조사 기업인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의 2022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는 여전히 석탄 에너지 가격이 가장 저렴해요. 세계 발전 시장의 96%에서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가격이 더 저렴해졌는데도 말이죠.
#LCOE
불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가 말한 에너지 가격이란 균등화발전단가(LCOE, levelized cost of electricity)를 말해요. 균등화발전단가는 석탄, 태양광, 풍력 등 각기 다른 조건의 발전소에서 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비용이 필요한지를 비교하는 데 쓰는 개념이에요. 이 단가가 낮을수록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기존에는 이 발전단가에 건설비, 연료비 등의 직접 비용만 포함했다면 최근에는 사회·환경적 요소가 중요해지면서 온실가스 배출, 소음으로 인한 보상, 생태계 영향 비용 등의 외부 비용도 포함하고 있어요. 국제재생에너지기구가 2022년 발표한 ‘2021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태양광 균등화발전단가는 2010년 kWh당 0.417달러에서 2021년에는 9분의 1 수준인 0.048달러로 떨어졌어요. 육상풍력과 해상풍력 역시 같은 기간 각각 68%, 60% 감소해 0.033달러와 0.075달러를 기록했고요.
#주민 수용성
우리나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2년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단가를 128~155원, 육상풍력은 164~166원, 해상풍력은 271~300원으로 추정했어요. 모두 전 세계 평균치를 웃도는 가격이에요. 보고서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융, 일반관리비 상승 등을 원인으로 짚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배경이 하나 있어요. 바로 주민 수용성이에요. 땅덩어리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발로 인해 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이 어려운 편이에요. 지역 주민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거든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은 발전단가가 저렴해지려면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확충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사업에 따른 이익을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주민 참여형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어요.
브릭스(BRICS)가 14년 만에 새로운 회원국을 맞이했어요. 브릭스는 탈달러 중심의 경제 질서를 지향하는 5개국 협의체인데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르헨티나 등 6개국의 가입을 승인했어요.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재편된 브릭스가 향후 국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봤어요.
#BRIC
브릭(BRIC)이란 원래 해외 언론이 신흥 시장인 브라질(B), 러시아(R), 인도(I), 중국(C)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었는데요. 2006년 러시아가 이 국가들에 회담을 제안하면서 국제적 협의체가 됐어요. 그 후 남아프리카공화국(S)을 회원국으로 초대하며 2010년에 명칭이 브릭스로 바뀌었고요. 5개국은 영토와 인구 세계 순위에서 모두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성장 잠재력을 지닌 국가들이에요. 5개국의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41%를 차지하고, 국내 총생산은 전 세계의 31.5%에 달해요. 이 국가들이 공통의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달러화 중심의 경제 체제 대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것이에요. 2015년 브릭스는 중국 상하이에 신개발은행을 설립했어요. 미국이나 유럽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에 맞서 브릭스 가입국에 더 원활한 금융 지원을 하기 위해서 말이죠.
#반서구 대항체?
브릭스는 내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새로운 회원국으로 맞이하기로 했는데요. 회원국 확대를 두고 내부에서는 다소 입장이 엇갈렸다고 해요. 중국과 러시아는 몇 년 전부터 브릭스 확대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왔어요. 특히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제재를 받는 입장이고,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서방과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이 두 국가가 포함된 브릭스는 미국 중심 패권에 대한 도전처럼 여겨졌는데요. 이를 우려한 인도와 브라질은 브릭스가 반서구 대항체가 아니라고 밝히며 신규 회원국 승인을 끝까지 미뤄왔어요. 이 때문에 특히 미국과 오랜 갈등을 겪어온 이란의 회원국 승인 불발 가능성이 점쳐졌는데, 결국 확장에 성공했어요.
#탈달러
이번 브릭스 확대를 두고 가디언, CNN, 로이터통신 등은 아직 브릭스의 영향력이 미국을 포함한 서방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잠재력까지 부정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어요. 만약 브릭스가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내보이게 된다면 그것은 탈달러 결제의 등장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요. 이번 회의에서 한 가지 논의된 사항이 있는데요. 바로 브릭스 회원국 간 단일 결제 시스템 구축이에요. 이 점에서는 이번 가입국에 사우디아라비아가 포함된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요. 전 세계 결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석유 대금 결제거든요. 사우디는 이미 중국과의 석유 결제에 위안화를 도입하는 등 비달러화 결제에 시동을 걸고 있어요. 로이터통신은 “석유 거래에서 달러 외 통화 결제가 조금만 늘어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최근 그린란드를 두고 따라붙는 두 가지 수식어가 있는데요. 바로 해빙과 자원이에요. 올해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란드 해빙이 몇 년 전부터 가속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해요. 지구 온난화는 전 세계 국가에 위기일 수밖에 없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현상을 반기는 국가들이 있어요.
#덴마크
그린란드는 덴마크의 자치령이에요. 유럽과 북아메리카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알려져 있어요. 면적이 216만km²에 달하는데 전 세계 국가별 면적 순위에서 11위를 차지하는 크기에요. 대한민국 면적의 9.8배에 해당한다면 감이 오실까요? 이곳의 원주민은 이누이트족과 노르드족이었는데 18세기 덴마크 식민지가 되었고, 1953년에는 덴마크의 주로 승격되어 그린란드 주가 되었어요. 그러나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과는 남다른 자연환경을 지닌 탓에 1980년대 물개 가죽 제품 금지 조치 등에 반발하며 EU를 탈퇴했고 2009년에는 주민 투표 끝에 덴마크로부터 자치권을 인정받아 입법권, 경찰권 등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해빙
대표적인 아대륙에 속하는 그린란드는 영토의 80%가 빙하에 해당해요. 북극권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거예요. 그린란드야말로 지구 온난화 현황을 알려주는 척도라 볼 수 있어요. 그린란드의 빙하는 여름이 되면 일부가 녹고, 겨울에 다시 어는데요. 올해 초 독일 알프레트 베게너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2020년 사이 해빙량이 20년 전에 비해 5배나 많았다고 해요. 심지어 2021년엔 가장 기온이 낮아야 할 고지대에서 관측 이래 최초로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고 하고요. 독일 연구진은 그린란드 빙하의 3.3%인 110조 톤이 녹을 경우 지구 해수면이 27cm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어요.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해안가 도시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27cm는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준이에요.
#개발권
그런데 그린란드에서는 이와 같은 해빙 현상을 반기고 있다고 하는데 어찌 된 일일까요? 2019년 콜로라도주립대 연구팀은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며 엄청난 양의 퇴적물이 쌓이고 있고 지구 온난화에 따라 그 양이 점점 증가할 것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내놨는데요. 퇴적물이 쌓인다는 것은 모래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예요. 건물과 도로 건설에 쓰이는 골재가 모래로 만들어진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몇십 년 동안 전 세계적인 도시화로 인해 골재 수요량은 점점 증가하는데 모래양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모래양이 늘고 있다면 어업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활동을 다각화하려던 그린란드의 입장에선 엄청난 경제적 기회를 잡은 셈이죠. 그런데 일찍이 이 기회를 예견했던 국가가 있었던 걸까요? 1867년, 1946년, 2019년 세 차례에 걸쳐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던 국가가 있었는데요. 바로 미국이에요. 2018년에는 중국마저 그린란드에 신공항 건설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가 미국의 개입으로 좌절한 바 있어요. 미국과 중국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 때문이에요. 그린란드에 무려 650억 톤이 매립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동안 빙하 때문에 개발 사업을 추진하지 못했거든요. 퇴적물과 석유, 천연가스까지, 앞으로 그린란드에 극적인 변화가 찾아올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