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7일, 우리 회사의 청주1사업장 스마트 팩토리에서 고려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을 위한 견학이 진행되었습니다. 표준∙지식학과 강병구 교수와 김재영 교수, 융합기술시스템공학과 안병대 연구교수를 비롯해 20명의 석박사 및 학부생이 참여해 스마트 팩토리 내의 다양한 ‘표준’을 탐색하고 그 중요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KBS 시사기획 창 취재진이 동행하며 현장을 담아내 더욱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습니다.
LS ELECTRIC 청주사업장의 스마트 팩토리는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곳입니다. 등대공장은 어두운 바다에 등대가 불을 비춰 배들의 길을 안내하듯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도입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끄는 공장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전 세계 공장들을 심사해 2018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발표하고 있습니다. LS ELECTRIC은 2019년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포스코에 이어 2021년 등대공장으로 선정되어 신뢰성 높고 자동화된 스마트 팩토리에서 품질 좋은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LS ELECTRIC 청주사업장 스마트 팩토리가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핵심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추었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생산 효율화를 통해 획기적으로 원가를 절감한 대량생산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ESG 경영 실천을 위해 에너지관리솔루션(EMS)을 개발 및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선정 이유들을 종합해 보면 스마트 팩토리 속 표준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팩토리 내의 기계와 시스템들 모두 각각의 표준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바탕으로 완전한 자동화가 구현되고, 표준에서 벗어나는 변수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오류를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즉, 단계별 혹은 설비별 표준을 기반으로 부품 공급부터 조립, 검사, 포장 등 전 라인에 걸쳐 100%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실시간으로 공장 제어, 품질 및 에너지 모니터링 등의 통합 운영이 가능해진 거죠. 바로 이것이 LS ELECTRIC 스마트 팩토리의 등대공장 선정 이유이자 우리가 집중해야 할 표준의 중요성입니다.
표준에 의해 자동적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팩토리의 라인을 살펴볼까요? MCCB(Molded Case Circuit Breaker) 생산라인은 필요한 자재 잔량을 센서로 체크하고 재고가 있으면 자동으로 미션을 할당합니다. 비전 검사 장비는 총 7면을 촬영하여 150여 가지의 검사 항목과 외관의 불량을 확인합니다. 이런 검사들이 최고의 성능을 기반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설비는 지속적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학습됩니다. 물류라인에서 제조실행시스템(MES)에 의해 모든 시리얼코드가 관리되고 있으며, 이것에 의해 로봇이 위치를 인식하여 자동으로 적재합니다. 마지막 포장라인에서도 작업지시(Work Order)에 의해 물량이 결정되고, 약 1.5초 만에 자동으로 낱개 포장 작업이 실행됩니다. 이처럼 모든 공정이 스마트 팩토리만의 표준에 의해 작업자의 개입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먼저 표준·지식학과가 생긴 배경에 대해 설명해 보자면,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활한 공급에 문제가 있었죠. 이때 삼성의 스마트 팩토리가 중소기업에 생산 프로세스를 공유해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답이 바로 표준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특히 여러 기술들이 융합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인 만큼 제대로 된 전문 인력을 양성해 보고자 학부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표준은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도 많이 적용되는데,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에 대한 표준은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한 분야를 넘어 사회 전체에 대한 표준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소소한 전통부터 대형 산업과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표준을 만들고 적용하고자 신설한 학과입니다.
미∙중 기술 패권 전쟁에서 일단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중국의 기술을 상대 국가의 표준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G나 정보 보안 부분에서 특히 경쟁 중이죠. 이런 중국에 대응하고자 미국 백악관은 국가 표준 전략을 담은 ‘핵심 신흥 기술’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민간 기업에 의해 시작된 사회인데 갑자기 정부 주도적으로 표준을 언급했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로, 첨단 산업에서 국제 표준을 선점해 중국 같은 경쟁국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기술 분야에서 표준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표준화한 LS ELECTRIC만의 기술을 특화해서 판매하면 굉장한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솔직히 아직 많이 부족하죠. 우리나라의 표준과 세계 여러 기업의 표준을 맞추는 것이 ‘국제 표준’인데, 이때 우리나라가 그런 기술적 표준을 리드해 나갈 수 있는가를 보면 아직 부족합니다. 그런데 이때 무작정 경쟁하기보다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서로 포용하면서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술적 근거에 의해 합의점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흔히 삼류 기업은 제품을, 이류 기업은 기술을, 일류 기업은 표준을 개발한다고 합니다. 미래에는 우리나라의 영향력이 선순환될 수 있도록, 그리고 K-표준이라는 말이 대중화될 수 있도록, 꾸준히 학생들을 교육하여 ‘표준 인재’를 양성해 나가려 합니다.
우리 일상에서는 표준에 대한 체감이 비교적 떨어지는데, 표준이란 우리 사회에 공인된 약속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계 부품이나 액세서리 등에 대한 규격이 가장 좋은 예시인 듯합니다. 각 기업들이 표준화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가능하게 할 수 있죠. 이번에 표준∙지식학과가 신설되고 대학원도 생긴 만큼 잘 공부하여 세계에 우리나라의 표준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습니다. 특히 저는 대학 교수가 되어 관련 인재 개발에 힘쓰고 싶습니다.
표준에 대해 수업 시간에 막연히 사례로만 접했는데, 스마트 팩토리가 일정 표준에 의해 모든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직접 보니 훨씬 흥미롭습니다. 특히 스캔을 통해 외부 결함을 셀프로 찾아내는 비전 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약 20년 후에는 표준에 대한 지식을 많이 축적하여 스마트 팩토리나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표준을 다루는 작업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마트 팩토리를 견학하면서 초등학생 때 생각한 미래형 사회가 구현된 느낌이 들어 신기했습니다. 또한 스마트 팩토리가 기계 장치로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 곳곳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실감났습니다. 공장 곳곳이 정해진 표준에 의해 작동되는 것을 보며 물건의 호환성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표준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더욱 다양한 기술을 표준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강병구 교수는 표준을 해와 바람의 나그네 외투 벗기기 대결에 비유하며, 외투 벗기기라는 대결의 ‘룰(표준)’이 해에게 유리했기 때문에 해가 이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가 잘하는 것을 표준으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스마트 팩토리를 시작으로, LS ELECTRIC의 표준 활동이 산업부터 전 세계까지 얼마나 더 큰 영향을 미칠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