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가 1월 12일 폐막했어요. 1월 10일부터 3일간 열린 전시에 4300여 개 기업, 13만3000명의 관람객이 참석했다고 해요. 이번 전시의 슬로건은 ‘All together, All on’이었어요. 모든 기술을 통합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해요. CES 2024의 주요 장면을 정리해봤어요.
#AI
올해 CES를 휩쓴 키워드가 하나 있었는데요. 바로 AI입니다. 2023년, 생성형 AI가 메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많은 전문가가 CES 2024의 화두로 AI를 예견한 바 있어요. 예상대로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지멘스, 로레알, 월마트 등 대부분의 기업이 AI를 언급했고, CES 2024에 참가한 전체 기업 중 21%에 해당하는 900개 기업이 AI를 카테고리로 등록했다고 해요. 한편, CES 2024에서 언급된 AI가 과장광고에 가깝다고 지적한 이도 있어요. 가트너의 애널리스트인 아룬 챈드라세카란은 “생성형 AI와 다른 AI가 뒤섞여 현장이 혼란했다”고 말했는데요. 기업들이 선보인 기술은 대형언어모델(이하 LLM)이라기보다 머신러닝에 가까웠지만 머신러닝이라는 용어가 벌써 ‘올드’한 것으로 치부되는 바람에 LLM이라는 용어가 채택됐다고 분석했어요. 전문가들은 작년에 등장한 생성형 AI를 제품에 적용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며, 우리가 상상하는 제품을 시장에서 보려면 적어도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메타버스
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지멘스의 CEO 롤랜드 부시는 기조연설 무대에 등장해, “큰 변화가 오고 있다”고 운을 띄우며 올해 산업용 메타버스가 실용화될 것이라 언급했어요. 그는 “현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십억 달러가 들뿐 아니라 인명 피해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메타버스의 등장으로 산업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하며 기술의 효용성을 강조했어요. 지멘스는 이번 CES에서 소니 코퍼레이션과 합작한 ‘NX이머시브 디자이너’를 선보였는데요. 본 솔루션은 지멘스의 디지털 비즈니스 플랫폼인 ‘지멘스 엑셀러레이터’와 소니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결합한 기술이에요. 설계자와 엔지니어가 설계 제품을 확장현실(XR) 환경에서 확인할 수 있어, 신기술의 신속한 도입이 가능해요.
#인간안보
작년에 이어 CES 2024에 인간안보*라는 주제가 재등장했어요. ‘모두를 위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 for All)’는 CES 2023의 슬로건이었는데요. 2023년에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안보를 논의했다면 올해는 인간안보를 위한 기술을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올해 ‘CES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 중 16개 기업이 인간안보와 관련한 기술을 선보였어요. 미드바르의 ‘에어팜’은 공기 중 수분을 물로 변환하는 에그테크 솔루션이에요. 전통적 농업 방식에 비해 물을 90% 이상 줄일 수 있어 어떤 환경에서든 식량 생산을 가능하도록 지원해요. 보쉬의 ‘총기 감지 시스템’은 비디오와 오디오 AI를 활용해 총기 모양과 총소리를 감지하는 솔루션이에요. 미국 내 심각한 사회문제인 교내 총격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어요.
1월 13일, 대만 16대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 (이하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어요. 같은 날 우리나라의 국회의원에 준하는 입법위원 선거도 치러졌는데요. 이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중국국민당(이하 국민당)보다 1석 적은 51석을 가져가며 과반의석 점유에 실패했고요. 최근 대만의 정치적 상황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보와 미-중 관계에 큰 변수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이며, 국내 안보와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볼게요.
#민주진보당
1996년 대만이 총통 직접선거 제도를 도입한 이래, 총 3명의 총통이 민진당과 국민당에서 번갈아 가며 배출됐는데요.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으로 민진당은 10년 이상 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됐어요. 민진당은 거칠게 분류하자면 반중, 친미 성향의 정당이에요.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될 경우 양안 관계가 무력 충돌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죠. 그러나 두 가지 요소로 인해 양안 관계는 현재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첫째는 민진당의 입장 완화예요. 대만 내에서 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민진당은 대만 독립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피해왔어요. 선거 구호 역시 “중국에 맞서 대만을 지키자”에서 “평화로 대만을 지키자”로 완화되었고요. 둘째는 민진당의 과반의석 점유 실패예요. 총통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승리했지만,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민진당보다 1석을 더 가져감에 따라 향후 라이칭더 정부의 정책 수행에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여요.
구분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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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차이잉원 정부의 국방력 강화 정책 지속 추진 • 국방 예산 증액, 군 복무기간 연장, 예비군 제도 개혁, 비대칭 전력 우선 조달, 국내 방위 산업 육성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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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대만 관계를 대만 안보 보장의 핵심으로 인식 • 일본과 안보 협력 추구 및 일본 주도의 CPTPP 가입 관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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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등 파트너 국가와 무역협정 추진 •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 • 대중 수출 규제에 협조적 • 핵심 최첨단 나노 공정 생산시설은 대만에 두되, TSMC의 해외 투자에는 긍정적 |
#대만 해협
그런데 중국과 대만, 왜 이렇게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요? 1600년대 네덜란드가 대만섬에 식민지를 건설하며 대륙에서 섬으로 한족을 이주시킬 때만 해도 섬에는 한족과는 다른 혈통의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었어요. 그 후 대만섬은 청나라에 편입되었다가 제2차세계대전 종전까지는 일본의 지배 아래 있게 돼요. 일본은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체결하며 대만 반환을 약속했는데, 문제는 그 사이 중국이 둘로 갈라졌다는 점이에요. 1927년과 1946년, 중국 대륙에서는 중국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이 대륙의 패권을 두고 두 차례의 내전을 벌여요. 마지막 국공 내전의 결과로 중국공산당은 대륙에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하고, 중국국민당은 대만섬으로 밀려나 중화민국의 수도를 대만으로 옮겼죠. 이때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일본으로부터 대만을 반환받았다’고 주장하는 중국과 ‘우리는 중화민국이라는 주권 독립 국가’라고 주장하는 대만의 갈등이 시작되죠. 그리고 그 갈등의 주 무대가 바로 대만 해협이었어요. 군사분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 해협을 사이에 두고 중국과 대만이 마주 보고 있다 하여 양안(兩岸) 관계라는 말도 쓰이게 됐고요.
#반도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월 9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한국이 대만 다음으로 큰 경제적 영향을 받을 것이며 한국의 GDP가 23.3%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어요. 물론 현재 대만 침공이나, 대만 해협 봉쇄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요. 그렇다면 라이칭더 후보의 당선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엇일까요? 민진당은 예전부터 자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강조해왔어요. 지난해 11월 대만은 반도체 혁신 방안을 통과시켰는데요, 향후 10년간 3000억 대만 달러(약 12조7000억 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담았어요.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파운드리에서는 대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요. 라이칭더 행정부가 공격적인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을 실행에 옮긴다면 우리나라와 기술력 차이가 더 벌어질 수 있어요. 한편 대만의 신재생 에너지 정책은 국내 기업에겐 기회가 될 수 있어요. 차이잉원 총통은 2016년부터 탈원전 추진과 함께 재생 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인데요. 라이칭더 역시 신재생 에너지 육성 정책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아요. 국내에서는 이미 LS전선과 SK오션플랜트 등이 관련 사업을 수주한 바 있고, 앞으로도 기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요.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을 중심으로 중동발 리스크가 다시 고조되고 있어요. 후티 반군이 지난해 11월부터 하마스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 선박들을 공격하기 시작했거든요. 이로 인해 기업들이 운항 경로를 변경했고, 공급망 대란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어요.
#후티
후티는 1990년대 예멘을 거점으로 탄생한 시아파 내 소수 종파예요. 2014년 이들은 수니파인 통일 예멘과 내전을 벌였고,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 연합국과 이란이 개입하며 예멘 내전은 국제 전쟁으로 확대됐어요. 그리고 아랍 연합국 뒤에는 미국이, 후티의 뒤에는 같은 시아파인 이란이 있죠.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을 때 이른바 ‘이란의 대리인’으로 불리는 종파들이 전쟁 개입 의사를 밝혔는데요. 후티도 그중 하나였어요. 이들은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며 이스라엘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포했고, 그 후 ‘자살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 항공기와 대함 탄도미사일 등을 사용해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20여 차례 넘는 공격을 감행했어요. 1월 11일에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고요.
#항로 변경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 홍해는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 국내 물동량의 16%를 책임지는 핵심 교역로예요. 지난해 12월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 스위스의 MSC, 프랑스의 CMA CGM, 독일의 하파크로이트는 홍해를 지나 유럽으로 통하는 수에즈 운하 사용을 중지하기로 결정했어요. 1월에는 중국의 코스코가 이스라엘로의 운송을 중단하기로 했고요. 이로써 글로벌 5대 해운사의 홍해 항로 사용이 중지된 상태예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해 유럽으로 향하던 선박들은 홍해 대신 희망봉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어요. 이렇게 우회로를 이용할 경우 항해 기간은 최대 2주가 늘어나고, 해상 운임 역시 상승한다고 해요.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주요 운반 항로예요. 전 세계 천연가스의 1/3, 석유의 1/6이 호르무즈를 지나요. 미국 유조선 나포 소식이 전해진 뒤 영국 BP 등의 석유 기업들 역시 항로를 변경하고 있어요.
#대안
1월 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홍해발 물류 리스크가 ‘국내 수출입 물동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어요. 국내로 수입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역시 희망봉 우회로를 이용하고 있어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파악했고요.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걱정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거 같아요. 앞서 설명했듯이 후티의 공격 배경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만 있는 건 아니예요. 예멘 내전은 현재 진행 중이고, 후티는 이번 공격을 통해 전 세계 물류망을 인질로 삼아 예멘 내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기회로 보고 있어요. 기업들은 공격이 단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해 대안을 모색 중이에요. 항공 수송과 파나마 운하 경로를 고려 중이라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