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토밍

내 삶의 군주로서
살아가는 길을 찾아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군주론>은 무려 500여 년 전에 쓰인 정치철학서입니다. 때론 ‘악마의 책’이라 불리며 교황청으로부터 금서로 지정되기도 했고, 때론 ‘냉혹하고 비정한 권모술수’라 비난받기도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군주론>을 읽고 있습니다. 이 오래된 책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는 무엇일까요?(사진: 1550년판 <군주론> 표지)

군주곤

<군주론>은 이탈리아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정치가였던 니콜로 마키아벨리(1459-1527)가 1513년에 집필한 책입니다. 1512년 공화정이 무너지고 메디치 가에 의해 군주정이 복원되며 추방된 마키아벨리가 다시 공직에서 일하기 위해 메디치 가에 헌정하려고 쓴 책이죠. 군주의 통치 기술을 총 26장으로 정리했는데, 당시엔 메디치 가로부터 외면당하고 말았어요. 하지만 현실적인 정치관과 인간 본성, 리더십, 처세술에 대한 통찰력 깊은 지침이 담겨 있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왜 군주론을 읽는가?
우리는 왜 군주론을 읽는가?

군주는 ‘세습적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 임금 군(君), 주인 주(主) 자를 쓰며, 임금이 바로 주인이란 뜻이지요. 임금은 과거 리더의 자리에 앉아 막강한 권력을 갖고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이었지만, 오직 한 번의 인생을 사는 인간임에는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 인간이 수많은 사람들과 상대하며 권력을 활용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입니다.

<군주론>엔 효과적으로 통치를 하기 위해 인간 본성과 권력 등을 다루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면서도 심도 있게 담겨 있는데요. 바로 여기에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군주가 사라진 시대, 이제 우리는 모두가 삶의 주인입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리더십과 역량 쌓아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내 삶을 다스리는 군주의 시각으로, <군주론>을 만나 보세요.

군주론이 전하는 7가지 메시지
군주론이 전하는 7가지 메시지
군주는 민중의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군주론>의 첫머리는 다른 나라를 정복했을 때의 통치법으로 시작합니다. 1499년 밀라노 공국의 통치권을 주장하던 루이 12세가 피렌체 공화국의 양해를 얻자마자 밀라노 영주 루드비코를 급습해 점령에 성공했는데요. 이듬해 루드비코가 스위스 용병을 데리고 반란을 일으키고, 이에 밀라노 시민들이 편승하여 루이 12세는 순식간에 정권을 다시 뺏기고 말았어요. 이때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바로 밀라노 시민의 반란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마키아벨리는 민중이 바라는 것은 자신의 행복과 안전한 생활뿐 정치의식이나 애국심 등은 이차적인 것이라며, 민중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여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리더가 팔로워를 이끄는 힘은 소통과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죠.

남의 힘들 빌려서 군주가 되지 마라

루드비코의 급습으로 추방당한 루이 12세는 스위스 용병의 배반으로 궁지에 몰린 루드비코를 무너뜨리고 다시 밀라노를 정복했어요. 모반 세력을 일소한 루이 12세는 이전보다 더욱 강한 지배권을 갖게 되었죠. 그런데 사실 루이 12세가 밀라노를 침공하게 한 피렌체 공화국의 속셈은 루이 12세와 결탁해 롬바르디아라는 지역을 차지하는 것이었어요. 루이 12세의 군사력을 이용해 롬바르디아를 손에 넣으려 하다가 오히려 그에게 더 큰 권력을 주고 만 것이죠. 이후 루이 12세 역시 나폴리를 지배하기 위해 스페인 국왕과 손을 잡았다가 스페인 군에 의해 나폴리에서 축출되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루드비코는 스위스 용병에게, 피렌체 공화국은 루이 12세에게, 루이 12세는 스페인 국왕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죠. 마키아벨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보고, 독자적인 힘으로 야망을 달성할 자신이 없다면 그 야망을 버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리더 스스로의 역량과 판단력이 중요함을 의미해요.

군주가 가장 두려워할 것은 민중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쉽게 하지만 결코 해선 안 되는 실수는 바로 귀족의 마음을 사기 위해 민중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귀족들은 점점 강도 높은 요구를 하고, 군주는 이를 들어주기 위해 민중을 희생양으로 삼곤 하는데요. 사실 민중이 원하는 것은 억압받지 않는 것뿐입니다. 훨씬 만족시키기가 쉽죠.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결코 교체할 수 없지만 작은 요구만을 지닌 민중, 소수이며 교체 가능한데 날로 더한 요구를 하는 귀족들. 과연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군주론이 전하는 7가지 메시지
군주는 여우와 사자에게 배울 필요가 있다

로마의 황제 페르티낙스가 근위대원에 의해 암살당한 후 황제 자리에 오른 율리아누스를 손쉽게 쓰러뜨리고 대립자를 제거해 막강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이가 있습니다. 바로 <군주론>에서 여우의 교활함과 사자의 용맹함을 모두 갖춘 군주라 평가받는 세베루스입니다. 세베루스는 페르티낙스를 위한 복수라는 대의명분으로 원로원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로마로 무혈 입성했고, 황위를 두고 대립하던 펜스켄니우스 니게르와 클로디우스 알비누스를 거짓 편지로 속이고 차례로 처단하여 흔들림 없는 지위를 만들었죠.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교활함으로 전략을 짜고 용맹함으로 공격해 목표를 이루어내야 한다고 말합니다. 치밀한 전략과 과감한 실행은 성과 창출의 기본이란 뜻이죠.

측근이 유능하면 그 군주도 유능하다

마키아벨리는 인간의 두뇌를 세 단계 수준으로 나누었어요. 스스로 생각하지도 타인을 생각하게 하지도 못하는 두뇌, 타인이 생각한 것의 선악 판단은 할 수 있는 두뇌, 독자적인 능력으로 생각할 수 있는 두뇌가 바로 그것인데요. 군주가 세 번째 수준을 갖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두 번째 수준만 갖춰도 충분하다고 말해요. 즉, 측근의 의견을 바르게 평가하고 적절히 채용할 수 있으면 군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한 것이란 의미예요. 어떤 일을 하든 함께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고 최적의 역할을 하게 한다면, 유능한 리더가 될 수 있어요.

운에 의존하는 군주는 운이 다함과 동시에 멸망한다

마키아벨리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이탈리아는 ‘제방도 보도 없는 황야’였다고 합니다. 수많은 군주들이 나라를 지키고 빼앗으며 격정적인 운명을 맞이했는데요. 어떤 이들은 그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행운을 잡아 군주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어요. 하지만 제방이나 보를 구축해 두지 않고 운에만 의존하던 군주들은 모두 그 운이 다하면 몰락하고 말았죠. 마키아벨리는 그런 군주들을 수없이 목도하고 평화로울 때에 군을 강화하고 민중의 지지를 얻고 귀족을 관리하는 등 준비를 해야만 불운이 닥쳐와도 나라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어요. 만약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찾아와 성공을 거둔다면, 그 이후 성공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몫인 것입니다.

군주론이 전하는 7가지 메시지
모세의 역량이 발휘되기 위해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의 노예일 필요가 있었다

위 문구는 <군주론>의 마지막 26장에 나오는 말입니다. 마키아벨리는 큐로스 왕의 위대함은 페르시아인이 메디아 왕국에 예속되어 있을 때부터 생겨났고, 테세우스의 탁월한 통치력은 아테네가 최악에 빠졌을 때 비로소 발휘되었다고 말했습니다. 난세는 여러 군주가 멸망해가는 가혹한 환경이기도 하지만, 위대한 군주가 탄생할 기회이기도 하다는 뜻이죠. 위기 속엔 언제나 기회가 있고, 그 기회를 잡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습니다. 상황이 안 좋게만 보이나요? 기회라는 보물이 가득한 보물섬을 탐험하는 눈으로 다시 한번 바라보세요.

참고 도서: <군주론>(까치글방), <살면서 꼭 한 번은 군주론>(다른상상), <30포인트로 읽어내는 마키아벨리 군주론>(북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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