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이슬이 맺히는 백로(白露)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 사이, 온 가족이 함께 완연한 가을 날씨를 즐길 수 있는 추석 연휴가 다가옵니다. 코로나19로 외식이나 나들이 등에 여러 제약이 따르는 지금, 편안한 집을 작은 영화관으로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보기 좋은 영화 5편을 소개합니다.
<크루엘라>는 1961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의 스핀오프격 실사 영화로, 원작의 악역인 크루엘라 드 빌의 젊은 시절을 그립니다. 크루엘라(엠마 스톤)의 어릴 적 이름은 에스텔라. 에스텔라는 태어날 때부터 머리카락이 반은 검정색이고, 반은 흰색인 여자아이입니다. 그래서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죠. 하지만 모자를 쓰고 학교에 가라는 엄마의 말을 듣기는커녕 교복까지 리폼해서 입을 정도로 에스텔라는 개성 넘치는 아이였답니다. 그렇게 세상과의 싸움 아닌 싸움을 해나가던 그녀에겐 크고 작은 시련이 끊이질 않는데요, 그 모든 시련을 극복하고 패션 디자이너란 꿈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요? 남들과 조금 다른 작은 여자아이가 꿈과 가족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반려 인구 1,500만 시대! 반려인들에게 기쁨과 위로를 주는 반려동물들은 더없이 소중한 가족입니다. <안녕 베일리>는 진정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 반려견이 주인공인 영화인데요. 2017년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베일리 어게인>의 후속작이죠. 전작에서 환생을 하면서까지 이든(데니스 퀘이드)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전했던 베일리가 이제는 프로 환생견(?)으로 거듭나 그의 손녀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의 곁을 지켜줍니다. 싱글맘으로 살아가느라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을 만큼 말이죠. 짧은 견생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종, 다른 성, 다른 모습으로 환생해 가며 씨제이를 찾는 강아지 베일리, 이보다 더 완벽한 가족이 있을까요? 귀여운 강아지들의 신통방통한 연기를 보며 힐링하세요.
<남매의 여름밤>은 여름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의 오래된 양옥집에서 지내는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이 ‘가장 따뜻한 가족 영화’ 중 하나라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미 국내외 시상식에서 감독상,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죠. 영화는 사춘기 소녀인 옥주(최정운)와 아직은 가족들 앞에서 재롱도 떨어주는 남동생 동주(박승준), 사업에 실패했지만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아빠(양흥주), 이혼을 앞두고 친정을 찾은 고모(박현영), 치매가 심해지는 할아버지, 이렇게 다섯 식구가 여름을 함께 보내며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이 가족의 일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의 어린 시절과 가족을 떠올리고 있을 거예요.
올 여름 개봉한 애니메이션 <루카>도 가족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탈리아 리비에라의 아름다운 해변 마을에 루카(제이콥 트렘블레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는데요, 이 소년은 물에 닿으면 바다 괴물로 변하고 물 밖에선 인간이 되는 종족이랍니다.(아, 물론 이들은 우리 같은 인간을 육지 괴물이라고 부르죠.) 루카의 엄마는 루카가 어릴 적부터 육지 근처에 가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했지만, 호기심 많은 루카는 자칭 ‘인간 세상 전문가’ 알베르토(잭 딜런 그레이)와 함께 육지로의 모험을 감행합니다. 새로운 세상으로의 모험,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잠시 어린아이의 마음을 장착하고, 눈부신 지중해로 여행을 떠나 보시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종종 평범함의 가치를 잊고 살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 <원더>의 주인공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는 평범함을 간절히 바라는 소년입니다. 선천적으로 안면기형을 앓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느 아이들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하는 것과 달리 어기는 얼굴을 감출 수 있는 핼러윈데이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기가 열 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어기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학교에 보내기로 합니다. 부모님은 물론 항상 양보만 하는 누나까지 가족 모두 어기를 응원하지만, 어기는 남다른 외모 때문에 상처를 받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에 위트까지 갖춘 어기는 점차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무심코 던지는 우리들의 시선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