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등도
지금으로서는 전기가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지만, 우리나라에 전기가 도입된지 140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1887년 이른 봄, 경복궁 건청궁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전깃불이 켜진 순간을 그린 작품 <시등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해 볼까요?

관료와 궁녀, 군인, 선비들까지 구름처럼 모여들어 한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들이 보는 것은 밝게 빛나는 전기등! 당시 사람들은 전깃불을 신기해하며 도깨비불, 물불, 건달불 등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 1883년 미국에 파견된 보빙사절단은 전등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전기의 위력에 감탄한 이들은 돌아와
고종 임금에게 발전소 건설을 건의했고, 에디슨전등회사와 계약을 맺게 됩니다. 왕과 왕비의 거처에서 가까우면서도 보일러 용수 공급이
용이한 건청궁 앞 어정(우물)과 향원지 취향교 사이에 발전소 건물을 세웠는데요. 당시 발전소의 발전 용량은 16촉광, 750개의 전등을 켤 수
있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40마력의 전동기 한 대와 이 엔진에 연결할 25Kw 직류 발전기가 도입되었고, 향원정의 물이 발전기를 돌리는 데
이용되었습니다. 마침내 1887년 봄, 경복궁 건청궁 안 왕과 왕비가 각각 거처하는 장안당·곤녕합의 대청과 앞뜰, 궁궐 담 밖, 향원정 주변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전깃불을 밝혔습니다. 에디슨이 탄소 필라멘트 전구를 발명한지 불과 8년만의 일입니다.
전기등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보기 위해 모여든 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밤에도 이렇게 환하니, 이러한 전기등이 곳곳에 설치되면 밤길도 두렵지 않겠구나…!

호롱불이나 횃불은 무겁고 바람에 꺼지기도 하는데, 전기등만 있으면 돌아다닐 때 훨씬 편하겠구만!

밤에도 환한 거리를 다닐 수 있다면 하루를 더 길게 살 수 있겠군.

조만간 방안에서도 전깃등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