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크 인사이드
LS ELECTRIC 구자균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전력 없이 할 수 있는 산업은 없다”며 “이제는 전력 그 자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라고 강조했는데요. 전력산업이 K-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지, 2부에 걸쳐 다뤄볼 예정입니다.
2025.12
LS ELECTRIC은 최근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1·2단계 사업의 변환용 변압기 공급을 따냈습니다. 2011년 1,100억 원을 투입해 부산에 국내 최초로 HVDC 전용 공장을 구축한 뒤 핵심 설비의 국산화를 추진해왔으며, 2025년 12월 4일에는 약 1,008억 원을 들여 증설한 부산사업장 제2생산동의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1만 3,223㎡ 규모 부지에 들어선 제2생산동은 준공과 동시에 가동이 시작되었는데요. 생산 라인이 늘어나며 부산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은 연간 2,000억 원 규모에서 6,000억 원 수준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투입되는 HVDC 변압기를 전량 공급할 수 있는 양산 체계를 갖추게 된 것입니다.
LS ELECTRIC HVDC 관련 투자 규모 (단위: 원)
| 연도 | 내용 | 투자 규모 |
|---|---|---|
| 2010년 | 부산 초고압 변압기 생산동(1공장) 신설 | 2,100억 |
| 2011년 | 부산 HVDC 전용 공장 신설 | 1,100억 |
| 2025년 | 부산 초고압 변압기 생산동(2공장) 증설 | 1,008억 |
| 약 4,200억 원 | ||
LS ELECTRIC 전류형 HVDC 사업 내역 (단위: 원)
| 연도 | 내용 | 계약 규모 |
|---|---|---|
| 2014년 | 북당진-고덕 1단계 | 610억 |
| 2018년 | 동해안-수도권 1단계 | 2,126억 |
| 2019년 | 북당진-고덕 2단계 | 735억 |
| 2024년 | 동해안-수도권 2단계 | 5,610억 |
LS ELECTRIC이 HVDC 변압기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직류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전력망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입니다. 1880년대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류 전쟁’ 이후 전력 시장에선 교류전류(AC)가 줄곧 승자였습니다. 장거리 전송에서 직류보다 유리하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복잡한 파형 제어와 전압 유지 문제를 안고 있었고 발전·송전·변전 과정에서의 비효율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전력 수요의 성격 자체도 바뀌고 있는데요. AI 데이터 센터가 빠르게 늘고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전력 흐름이 기존보다 더 복잡해졌습니다.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이 커, 교류 기반 계통의 불안정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도 한데요. 주파수와 위상 변화에 민감한 교류망 특성상 전력 품질을 유지하려면 막대한 조정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는 사이 기술이 발달하며 직류전류(DC)의 문제점은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직류 전압 변환이 어려웠지만 전력용 반도체가 발전하며 초고압직류송전(HVDC)·중전압직류송전(MVDC)·저전압직류송전(LVDC)까지 단계별 직류 송전·변환이 가능해졌습니다. HVDC는 이미 상용화됐고, MVDC는 한국이 표준화를 선도할 기회를 가진 영역입니다.
직류 시스템 확대로 DC 차단기 수요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직류는 양극과 음극 방향이 일정해 전류가 ‘0’이 되는 순간이 없어서 사고 시 불꽃(아크)이 잘 꺼지지 않아 교류와는 완전히 다른 고속 차단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에 LS ELECTRIC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DC 차단기·접촉기 등 제품 개발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류(AC) 중심이던 전력 인프라가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직류(DC) 기반으로 빠르게 재편되며, 전력기기 생태계 전체가 새로운 표준을 따라 변화하고 있습니다. 전력 업계는 이 변화를 단순한 설비 교체가 아니라 ’전력망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고압 송전부터 배전반과 직류 기반 장비까지, 전력망의 거의 모든 층위에서 동시에 확장이 일어나는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LS ELECTRIC의 HVDC(초고압직류송전) CTR(변환용 변압기)에 대한 초고압 시험 진행 중
사실 이미 세상은 직류(DC)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 가전제품 등 대부분의 장비가 직류로 작동하고 있는데요. 교류에서 직류로 바꾸는 과정마다 전력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산업 효율화를 위해 직류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전력망 뿐 아니라 설비·기기·제조공정 전체가 직류 중심으로 재설계되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죠. 전력 효율과 안정성 문제는 AI 데이터 센터와 반도체 공장 확대로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고용량 부하가 집중되면서 기존 교류 기반 전력망의 한계가 빨리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술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 업체 베리파이드 마켓 리서치(VMR)에 따르면 글로벌 HVDC 시장은 연평균 8.1% 성장해 2033년에는 28조 원대 규모로 커질 전망입니다. LS ELECTRIC은 10년 전부터 직류 차단기, 초고압 변환장비 같은 신기술을 준비해 글로벌 인증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독일 지멘스, 프랑스 슈나이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일본 히타치 같은 글로벌 전력기기 기업들의 매출은 250조 원에 달하지만 한국은 LS·현대·효성을 합쳐도 20조 원이 채 안 되는데요. 직류(DC) 수요가 급증하며 구조적인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대응 속도를 높여 새로운 표준을 선도한다면 성장 여력이 매우 큰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도 다수의 HVDC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해남~제주, 진도~서제주, 완도~동제주, 북당진~고덕, 양주 BTB 등 약 2조 2,000억 원 규모를 투자한 사업들이 진행 중인데요. 2016년 시작해 2038년까지 준공을 목표로 10여개 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500kV 규모의 동해안-동서울 사업과 서남해(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 등 건설을 위해 총 16조 8,000억 원의 자원이 투입될 계획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력 수요의 폭증과 함께 AC 중심 전력망의 한계가 드러나며, HVDC를 필두로 한 DC 기술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송전·변전·배전까지 전 구간에서 DC 관련 설비 수요가 지속 증가할 예정인데요. 다음 시간에는 [전력산업대전환②] 데이터 센터부터 전기차까지… 직류(DC) 전환, 지금이 기회다를 주제로 북미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LS ELECTRIC의 이야기와 전력 시장의 미래 예측까지 확인해보겠습니다.
※송전·변전·배전까지, 전력망 구조와 핵심 장비 알아보기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송전 변전소에서 초고압(345~765kV)으로 승압됩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전압이 낮아 멀리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첫 관문에서 전압을 수십 배로 높이는 것입니다. 이때 사용되는 장비가 ‘초고압 변압기‘인데요. 수십 톤의 무게와 수십억 원의 가격에 달하는 전력망 최고가 장비입니다. 철탑을 따라 이어지는 송전선로는 이 초고압 전력을 도시와 산업단지까지 장거리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고압 환경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진공차단기(VCB), 전력퓨즈(PF), 고압 스위치기어(RMU) 등도 함께 설치됩니다. 이 영역은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죠.
송전선로를 따라 이동한 전기는 ‘배전 변전소‘에서 154kV로 한 차례 낮아지며 ‘중압(MV)‘ 영역으로 들어서는데요. 이 단계 부터가 실제 전력 사용처와 맞닿는 구간입니다. 예전에는 송전 중심의 대형 설비 투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새로운 부지 개발과 데이터 센터 유치가 늘면서 중압 배전망의 중요성이 높아졌습니다.
배전 변전소를 거친 전력은 전봇대(전주) 변압기를 통해 22.9kV로 낮아지고, 다시 220~380V로 변환돼 각 가정·기업·데이터 센터 등으로 공급됩니다. 이 단계는 ‘저압(LV)‘ 영역인데, 데이터 센터 한 곳에는 수천 개의 저압 차단기·접촉기가 투입됩니다. 배전반과 분전반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도 대부분 이 저압 장비들이고요. 올해 들어 국내외 수주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시장이 바로 이 저압 배전기기입니다.



